[게임in 게임人] 황형준 이플레이온 본부장

[게임in 게임人] 황형준 이플레이온 본부장

 “이제는 국산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1999년 온미디어 PD였던 황형준 이플레이온 본부장(39)은 국내 e스포츠를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1999년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화하고 국내에서 첫 중계방송을 시작했다.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 황 본부장은 게임을 중계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그저 경기 모습을 중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IMF 위기로 한창 나라가 어수선한 형국이었지만 황 본부장은 수익모델이 전혀 없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후원해 줄 곳을 수소문했다. 실제로 방송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스폰서는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 방송 편성 사흘을 앞두고 황 본부장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곳이 나타났다. 당시 하나로통신이었다. 하나로통신은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스타크래프트 리그 후원비로 결정했다.

 “어려운 여건이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황 본부장이 기획한 스타크래프트 방송은 99년 3월 첫 방송을 탔다. 처음엔 녹화 방송으로 시작했다 생방송으로 전환했다. 스포츠 중계를 녹화해 방송하는 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의 관전도 이뤄졌다. PC 앞에서 하는 게임이지만 진정한 스포츠로 자리 매김하려면 축구나 농구처럼 관객이 중요했다. 황 본부장은 차근차근 게임의 e스포츠화를 추진했다.

 “돼지 오줌보에 물이나 공기를 채워 동네에서 차기 놀이를 하던 것이 축구가 됐습니다. 축구는 규칙이 생겼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관전 문화를 형성했으며 이제는 프로리그가 있는 대형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e스포츠를 축구와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 오프라인 스포츠와 달리 공간과 날씨 등의 제약이 없고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두뇌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황 본부장은 e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두뇌 싸움이 돼야 한다는 점에 착안, 새로운 국산 종목을 개발했다. 전통적인 두뇌 전략게임인 바둑을 새롭게 해석한 ‘바투’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바투는 철저히 e스포츠화하기 위해 대중적인 개념으로 개발됐습니다. 골프에 PGA가 있고 축구에 FIFA가 있는 것처럼 전 세계 관련 협회를 만들고 리그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그는 아시아권 프로기사들이 세계를 석권하는 바둑처럼 바투의 가능성은 크다고 확신했다.

 황 본부장은 “모든 프로게임에는 우연적인 요소와 함께 실력이 결과를 가른다”며 “이런 요소가 잘 배합된 바투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제2의 스타크래프트’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