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해외법인장에게 듣는다-김현숙 안철수연구소 중국법인장 

[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해외법인장에게 듣는다-김현숙 안철수연구소 중국법인장 

 작년에 안철수연구소는 중국 법인 설립 6년 만에 중요한 사업적 결단을 내렸다. 전 세계 금융 위기와 중국 경기 침체 확대의 우려 속에서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 조직을 경량화하는 조치를 했다. 흔히 말하는 구조조정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겁도 없이 짧은 시간 내에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고, 그 감회를 떠올리다가도 종종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다.

 현금 흐름이 당면 과제인 중소기업일수록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과 정보력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기업 지원 정책과 규제, 무역 거래와 세법, 그리고 방금 예로 든 신노동법 등 사업에 필수적인 경쟁 원천에서조차 열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늘 조마조마한 심정이란 흡사 늘 공황장애를 달고 사는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를 중소기업의 숙명으로 생각하면 끝까지 답은 없다.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학습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인터넷을 더 넓고 깊게 검색하고, 해외사업 지원기관이나 단체를 더 많이 찾아다니고, 중국 정보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시간과 발품을 들인다면 이 방면에 관한 한 많은 솔루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초적인 방면에서조차 준비가 부족해 사업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어차피 여러 면에서 열세인 이상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학습능력과 사업 아이디어를 밑천 삼아 계속 시장을 탐색하고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의 장기적 성공과 지속 가능한 생존 목표를 추구한다면 그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신뢰’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돈이 있다면 중국에서 회계를 대리인에게 맡기고, 각종 법률 정보와 대처 방법을 살 수 있고, 대외적으로 고급 섭외력도 갖출 수 있지만, 신뢰를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다.

 한국의 많은 IT 소프트웨어 기업이 특유의 실행력과 열정으로 해외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사업 발판을 마련한 훌륭한 사례도 많지만, 신용을 가볍게 여기고 경솔한 행동으로 용두사미가 된 경우를 많이 봐왔다.

 중국 진출. 처음에는 나를 중심에 놓고 수시로 비교하고 곳곳에서 실망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큰 물은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이 합쳐져 이루어진다.” 계곡의 깨끗한 물이든 더러운 강물이든 그것이 모여서 큰 바다를 이룬다는 말이다. 이런 말도 있다. “한 번 배신 당하고 난 다음 다시 두 번을 배신 당해라. 그 다음에는 진정한 친구를 얻을 것이다.” 얼핏 들으면 참 난감한 말이지만, 그만큼 경험과 인내, 중국인의 기질에 들어맞는 친구를 품을 줄 하는 넉넉함이 엿보인다.

 3월 초 베이징에서 개최한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인 UTM 신제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이다. 작년 구조조정 시 불가피하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중국인 직원이 여러 명 찾아와서 축하를 해주고 뒤풀이도 끝까지 함께했다.

 사업이 어려운 이유를 중국이라는 낯선 사업 환경에서 찾기보다는 내부의 각오를 다지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고 또 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탓하며 떠나가더라도, 고용한 직원을 불가피한 사정으로 내보내더라도, 채널과 어떤 이유로든지 결별하게 돼도 그 기억 끝에는 좋은 감정과 신뢰가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필수 전략임을 강조하고 싶다.

 joankim@ahn.com.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