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시장은 세계 시장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국내 SW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야만 하는 주된 이유다. 한국 시장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W가 국내 시장규모 100억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반드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한 CEO는 그 이유를 “시장 규모가 작아서 100억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기업은 수출을 하지 않았으면 어느 정도 건실한 기업이 됐겠지만 해외 시장을 목표로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다 퇴보하기도 했다.
비슷한 문화권이라는 일본과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시장이 작다 보니 충분한 레퍼런스도 없고 체질도 다져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은 반드시 개척해야 한다는 점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연중기획 ‘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2부에는 눈여겨볼 만한 세계 시장과 이들 시장에 진출하는 데 기회요소와 주의할 점에 대해 싣는다. 이와 함께 2부부터는 해외 법인을 설립한 SW기업들의 현지 법인장 기고를 통해 생동감 있는 현지 소식과 현지 시장 공략 노하우를 함께 듣는다.
IT수출 하면 디지털TV와 휴대폰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표적인 상품이 있다. 바로 전자정부(e-Government)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불린다. 시스템 안정성과 고도화로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해외 정부관료들이 한국 전자정부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방한하고 있다. 해외에서 협조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전자정부 수출 성과에 비해 국산SW 수출은 아직 미흡하지만, 전자정부를 통해 열린 시장은 미래에는 SW시장이 될 수 있다. 전자정부는 ‘플랫폼’이지만 이를 구현하고 있는 것은 SW다.
전자상품의 수출이 SW의 수출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전자정부는 고도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의 SW’에 대해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다. 전자정부가 나름 한국SW의 브랜드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 잇따른 전자정부 프로젝트의 성공은 당장 SW기업들에 달러를 안겨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SW산업에는 고무적이다.
◇IT로 세계 정부를 정복한다=한국 전자정부 시스템 수출 성과는 눈부시다. 사실 정부 정보화 시스템은 세계 히트 상품 수준이다.
전자정부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한국산 전자정부 시스템을 쓰고 있는 나라는 10여개 국가에 달한다. 이달 초에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전자정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실제로 IT서비스 1위 업체인 삼성SDS만 해도 해외 정부 관련 시스템 수출국이 5개가 넘는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선진국으로 진출한 곳도 있다.
전자정부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인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가 270억원 규모의 전자정부시스템을 일본에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국업체가 일본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지난 2004년 이 회사가 삼성SDS와 공동으로 일본 사가현 사가시의 기간 행정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삼성SDS가 시스템 개발과 구축 실무를 수행하는 한편 티맥스소프트·포씨게이트·M2소프트 등 한국 소프트웨어업체 솔루션을 대거 도입하면서 한국의 전자정부를 그대로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에는 120여명이 넘는 한국의 젊은 기술자가 국경을 넘어 투입됐다”며 “무엇보다 한국SW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향후 비슷한 프로젝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자정부, 솔루션 수출에도 긍정적=사실 이런 성공에는 과거 정부의 역할이 크다. 정부는 전자정부 수출과 관련, 해당국에 차관을 제공하는 등 기업이 시스템을 잘 팔 수 있도록 지원했다.
베트남, 도미니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자정부 수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서비스는 플랫폼을 수출해 향후 표준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SW도 해외 레퍼런스를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국가가 한국의 SW를 사용했다는 것은 홍보와 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전자정부의 해외 수출이 SW산업에 주는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전자정부 플랫폼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SW인만큼 ‘전자 정부’가 수출된다는 것은 ‘국산SW’가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현재 전자정부 솔루션 중 외산SW의 비중이 다소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 외산 솔루션을 대체하는 국내 업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확산에 따른 부대 효과를 국내 업체들이 누릴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전자정부와 수출이 관련 솔루션 진출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것은 한국 조달 시스템의 진출로 확인할 수 있다. SDS가 구축한 한국 조달 시스템은 그 우수성으로 코스타리카, 몽골, 베트남 등에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형 전자정부에 관심이 높았던 곳이다. 특히, 베트남은 공무원 중 다수가 국내에 방문, 한국형 전자정부의 장점을 인지하고 돌아갔다. 조달 시스템이 수출되면 이를 만든 관련 SW업체가 동반 진출하게 됨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SK C&C가 지난해 수주한 카자흐스탄의 우편물류 현대화와 아제르바이잔의 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전자정부의 수혜 대상은 단순 관련 솔루션뿐만이 아니다. 첨단 여타 기술의 해외 수출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플랫폼에 해당하는 전자정부가 수출되면 한국의 DMB, IPTV 등 첨단 IT 진출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술을 개발하는 SW업체에 후광이 비춰짐은 물론이다.
◇제3세계 시장도 우리 것=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으로 불린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타깃 마케팅이 중요하다.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좋지만 남미 등 제3세계로의 보다 적극적인 진출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협력사절단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업체 단독으로는 사업 수주가 힘들지만 정부가 측면 지원하면 수출 가능성이 보다 높다. 실제로 지난 13일 지식경제부가 이끄는 경제협력사절단은 페루를 방문, 총리비서실장과 ‘전자문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전자정부 수출은 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자원 외교와도 동떨어지지 않는다. IT를 활용한 사회 인프라 개선이 국책사업으로 전개되고 있고, 에너지 관련 플랜트 수요까지 연계돼 있어 우리로선 ‘IT수출과 에너지·자원 확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기대되는 시장이다.
제3국 정부가 전자정부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지역 공략에 명분을 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 주도로 산업육성을 위한 클러스터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전자정부 프로젝트에 2010년까지 8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자정부 수출은 IT와 관련한 지한파(派)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우리의 외교력이 미치지 못하는 제3세계의 경우 전자정부를 외교의 핵심 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자정부를 실제로 운용하는 각국 공무원에게 한국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전자정부가 될 수도 있다. 현지 엘리트인 이들을 국내로 초청해 전자정부 구축 사례를 시찰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적극 연결해야 한다.
특히,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정보화 사례를 모델로 정보화를 추진하려는 나라가 줄을 잇고 있는 지금을 정부는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지만 정부 효율화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강하다.
정부 고위관리나 기관장들이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 국가 정보화 현장을 견학하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앞선 국가 정보화 모습을 뽐내면서 국내 정보기술 업체들의 외국진출 길을 뚫어줄 수도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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