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국을 뒤흔들 일급비밀(?)이 하필이면 그들 손에 들어갔다.’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존 말코비치까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엔 두 명이 더 나온다. 프랜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턴. 도대체 누가 이런 거물급 인사를 하나도 아닌 다섯씩이나 끌어 모았을까. 다름 아닌 코엔 형제다. 조엘·에단 코엔 형제는 우리를 항상 흥분하게 하기 충분했다. ‘파고’로 전 세계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후 ‘위대한 레보스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닌 영화로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그들은 천재다. 그들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천재가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스파이 이야기다. 상황 뒤집기, 예기치 못한 사건의 황당함 등 그들만의 독특한 유머의 힘을 보여주었던 코엔 형제가 이번에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을 총출동시킨 유쾌한 코미디 ‘번 애프터 리딩’으로 다시 한번 그 장기를 보여준다.
오는 26일 국내에 개봉되는 ‘번 애프터 리딩’은 코엔 형제가 아니면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을 받을 만하다.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일하며 주변의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참견쟁이 채드(브래드 피트)와 성형을 해서 멋진 남자를 만나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인 린다(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우연히 헬스클럽에서 정보국의 일급비밀이 담긴 CD를 발견하고 거액의 협상을 계획한다. 하지만 전직 CIA 요원이자 CD의 주인인 오스본(존 말코비치)은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며 협박하는 이들에게 쉽게 응하지 않고,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예상대로 협상이 잘 풀리지 않자 초조해진 린다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해리(조지 클루니)에 그만 마음을 뺏기고, 린다를 도와주고 싶은 채드는 오스본을 협박하기 위해 그의 집에 숨어들지만 놀랍게도 그곳에서 해리를 만나게 된다. 바람둥이 연방경찰 해리는 오스본의 부인인 케이티(틸다 스윈턴)와 내연의 관계였던 것이다.
화려한 캐스팅 외에도 영화가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유명 배우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이 없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브래드 피트가 단연 화제였다. 최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연기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그는 번 애프터 리딩에서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헬스클럽 강사 ‘채드’ 역으로 분한다. 그는 그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코믹 연기를 놀랍도록 완벽하게 소화한다. 특히 영화 속 코믹 댄스와 표정 연기는 브래드 피트의 또 다른 매력을 단번에 느끼게 한다.
조지 클루니 또한 그렇다. 그는 바람둥이 연방경찰 ‘해리’ 역을 맡아 능청스러우면서도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바람둥이를 열연하며 조지 클루니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다. 전직 CIA 요원 ‘오스본’ 역의 존 말코비치는 코믹하면서도 히스테리컬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또 작품마다 최고의 연기로 호평을 받아온 연기파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전신 성형과 최고의 애인을 꿈꾸며 정보국 요원을 협박하는 헬스클럽 직원 ‘린다’ 역을, 2008년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 불리고 있는 틸다 스윈턴은 도도하고 계산적인 의사 ‘케이티’ 역으로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를 펼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