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중심이 아닌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IT화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 치료에 일정 수준의 IT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화두에 오르면서 바른 의료 정보화를 위한 기술이 무엇일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시장은 병원, 기업, 정부, 환자 등 여러 주체 각자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료 정보화의 해법은 무엇일까.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서울 삼정호텔에서 ‘의료와 IT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3월 정기토론회를 개최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IT융합 시리즈의 두 번째다. 미래모임은 최근 IT가 여러 산업과 접합을 시도하는 경향에 따라 관련 토론회를 릴레이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김강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 국장이 기조 연설자로 나섰고 이제호 성균관대학교 의대교수, 전진옥 비트컴퓨터 사장,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 김동현 LG CNS 전략마케팅부문 상무가 패널로 나왔다.
참석자들은 이미 의료계도 IT화가 많이 진전됐다는 데 동의했지만 의료법 개정 등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김강립 국장은 “의료 정보화의 목적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기조로 나아가고 있지만 원격 진료 허용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의료 정보화, 아직 갈 길이 멀다=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만큼 의료 정보화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논의들이 집중됐다. 특히, 산업화와 관련해선 정부의 보다 큰 역할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는 보건소 등 공공 의료 기관 위주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복지부는 △임상의사결정지원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 영상저장시스템(PACS) △전자 의무기록 등을 주 타깃으로 정보화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런 지원이 일반 의료 기관에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진형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는 “의료 정보화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중소병원”이라며 “특히 이 부분은 전산실 운영 아웃소싱 등 법적인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국장은 “정부가 올해 보건의료정보표준화, 보건소 정보화, 국공립병원의 정보화 등을 먼저 추진하고 있다”며 “민간 분야의 경우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법적 문제 해결 등을 통해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u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여러 업체가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에 대해선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김동헌 LG CNS 상무는 “LG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좀 더 확대되기 위해선 법적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며 “의료 정보화도 그렇지만 건강진단시스템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 정보화=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진정한 정보화가 무엇일까. 참석자들은 의료 정보화의 방향은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수요자 위주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말 환자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중에선 보안 문제도 화두였다. 각종 보안 문제로 원격 진료 등을 허용치 않고 있는데 이는 환자 서비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벽·오지, 도서지역 등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지역은 전향적으로 원격 진료를 허용하는 것도 괜찮다는 주장이 많았다. 또 중소병원 지원을 위해 의료 기록 등을 아웃소싱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모든 병원이 전산실을 운용하는 것은 클라우딩 컴퓨터가 대세인 지금에는 다소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중소 병원이 전산 인력을 유지를 못해 비용 삭감에 나선다는 실제 사례도 줄을 이었다. 서버 운용 때문에 정작 투자해야 할 정보화에 대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u헬스케어에 대한 문제점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u헬스케어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태명 교수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의료 정보화가 교육만큼이나 민감한 문제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러 주체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시장을 키우고 수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