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히 보이는 지능형 로봇
이재연·정인철·박천수·박승환·장철수 지음, 정연구 감수, 전자신문사 펴냄.
1963년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 감독은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Mighty Atom)’을 통해 전 세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오늘날 로봇 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상당수는 작은 체구의 아톰이 발휘하는 무한한 능력을 흑백TV로 지켜보며 자랐다. 우주소년 아톰이 활동한 무대는 2003년이다. 감독은 40년 뒤에 실현 가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미래상들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했다.
하지만 막상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실은 과거 애니메이션 속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2000년 일본이 세계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인 아시모를 세상에 공개했지만 아톰처럼 생각할 수도, 하늘을 날 수도 없다. 일본 과학자들은 아톰 같은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아시모를 개발했다지만 아시모를 보고 있으면 과연 아톰이 현실로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아시모야말로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 할 수 있지만 아톰 앞에만 서면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로봇 관련 기술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아톰 같은 로봇이 나오려면 40년을 더 기대려야 하는 걸까.
국내 최대의 연구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기획한 ‘ETRI easy IT 시리즈’의 최신판 ‘훤히 보이는 지능형 로봇’은 기존 로봇에 대한 무한한 상상만을 심어 준 로봇 안내서가 아닌 실제 로봇 개발자들이 털어 놓는 현실 속 로봇들의 이야기 책이다. 오늘날 로봇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와 있고, 좀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들이 필요한지 등 현실적인 물음에 답변을 제시한다.
로봇은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고, 업무를 도와주는 동료이자, 취미 생활을 같이 즐기는 동반자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아직은 인간의 상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로봇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기계 공학 기술 차원의 로봇 전문서가 아닌, 사람들 가까이에서 인간과 교감하는 친근한 로봇들의 이야기 책이다. 로봇 분야 전공자나 예비 전공자, 그리고 현직 로봇 개발자들에게 현실 속 로봇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 입문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2만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