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인재 갈증 해외서 채운다

부품업계, 인재 갈증 해외서 채운다

  “서울대 졸업생이라 해도 실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 이래서는 기술과 양산이라는 지난 10년간의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변대규 휴맥스 사장, 창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 인재들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성민 엠텍비젼 사장)



부품업체들이 국내에서 찾지 못하는 인재 확보의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보유한 인력 수준 또한 정상급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재에 대한 갈증은 심해져만 간다. 급변하는 부품산업의 기술트렌드를 이끌어가고,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제 인재라면 국적은 따지지 않는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선두 팹리스기업인 엠텍비젼(대표 이성민)은 지난 2005년 8월 캐나다 멀티미디어업체인 앗사나(Atsana) 기술을 인수하면서 오타와에 법인을 세웠다. 그래픽카드 회사로 유명한 ATI도 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토론토와 미국 보스턴으로 이어지는 이곳에는 현지 명문대 출신 영상관련 엔지니어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엠텍비젼 측은 선진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40명의 정예인력을 오타와에 두고 있다. 이들은 엠텍비젼이 영상처리·멀티미디어 칩 분야에서 정상급 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했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국내와 해외 인력들이 역할분담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면서 “캐나다법인의 경우 현지 고객사 공략은 물론 독자사업의 추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대표 박종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분야에서 무라타, 교세라, TDK 등 일본 굴지의 부품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 1986년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 23년이 지난 현재 휴대폰·PC 등에 사용되는 소형 초고용량 제품의 기술경쟁력은 오히려 일본 회사를 추월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무라타제작소 사장은 지난해 10월 일본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기가 MLCC 시장에서 현재의 입지를 구축한 데는 일본기업 엔지니어들의 이적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부품회사인 에이스테크놀로지(대표 구관영)과 에이스안테나(대표 오정근)는 지난해 해외 석박사 인력을 영입했다. 에이스테크는 인도 출신 RF엔지니어 2명을, 에이스안테나는 러시아·그루지아 출신 안테나 엔지니어 2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연구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외 산업체·연구소 경험이 풍부, 회사의 기술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