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성모병원은 마무리 이전 공사로 눈코뜰 새 없었다.
공사는 모두 마무리됐지만 오는 23일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전용선 설치, PC세팅 등 IT인프라 설치가 이어졌던 것. 병원 17층 산부인과를 방문했지만 산모는 없고 각 데스크에 설치된 IP폰만 울리고 있었다.
이날은 특히 기존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도 이동을 시작해 혼잡을 더했다. 이날 이동은 중환자실에 집중돼 더 어려운 것 같다는 병원 측 설명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IT시스템 공사를 맡은 평화이즈의 김영모 상무는 “다음주 월요일 오픈을 앞두고 사실상 이번 주말이 마지막 공사라 매우 바쁘다”며 “최근 며칠간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평화이즈는 가톨릭학원의 IT서비스 자회사다.
서울성모병원. 이름부터 생소하다. 하지만 가톨릭중앙의료원 계열 강남성모병원의 새 명칭이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성모병원은 전혀 다른 콘셉트로 재구축된 차세대 병원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새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 이 병원은 ‘생명을 존중하는 최첨단 병원’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모든 것이 경쟁 병원을 압도한다.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지상 22층, 지하 6층에 연면적 19만㎡ 규모로, 지금까지 단일 건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던 세브란스병원보다 1만6500㎡ 정도 더 크다. 로비만 해도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 정도 크기다.
건축비와 장비구입비만 5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여기까진 전반전에 불과하다. 성모 병원은 IT측면에서 봤을 때도 최첨단이다.
먼저 환자 중심의 IT가 눈에 띈다. ‘후수납제도’는 업계 최초다. 이에 산부인과 등 각 진료과마다 키오스크와 RFID리더기가 장착돼 있다. 다른 병원의 경우 새로운 진료를 받을 때마다 수납과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성모병원에선 카드 하나로 모든 과정이 끝난다.
환자들은 병원문을 나설 때 한번의 계산만 하면 된다. 각 진료과마다 설치된 ‘상황판’도 색다르다. 담당 의사와 환자명만을 표시하는데 그지치 않고 대기시간 등 백화점 시설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성모병원이 자랑하는 최적의 기기는 IP폰이다. 성모병원은 병원, 아니 업계 최초로 전체 병상에 인터넷 기반 IP폰을 깔았다. 각 병동마다 1대씩 들어가니 물량도 3000여대 가량이다.
일반 전화기의 10배 가격(18만원 수준)을 자랑하는 IP폰을 설치한 이유는 ‘u호스피털’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금이야 IP폰을 통해 주는 정보가 많지 않지만 현재 시범 설치 중인 와이브로를 통한 음성 통화시스템, PDA 진료 시스템 등이 현실화될 경우 IT로선 다른 병원이 따라올 제간이 없다.
IP폰의 장점은 음성뿐만 아니라 데이터, 그리고 각종 다양한 정보들을 담아낼 수 있다. 병실에서 다양한 정보를 생산·유통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지헌 평화이즈 상무는 “UPS전원을 각각 설치해야 해 공사비만 6억원이 추가 발생하는 등 비용만 생각하면 하지 못할 공사”라며 “향후 가톨릭 병원 계열 8개 병동이 하나로 뭉쳐질 경우 통합 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