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이 그룹의 모태였던 전자부품 관련 하이테크 사업군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외주’ 사업을 발판으로 지난 10년 이상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전자 부품·소재·장비 사업을 키워왔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자생력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는 매각을 통해 정리하는가 하면 올해 들어 하이테크 계열사들의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면서 각사가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보광그룹 하이테크 계열사 5개 가운데 지난해 이익을 낸 곳은 중소형 LCD 모듈 전문업체인 BKLCD(대표 김용쾌)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BKLCD는 작년 1677억원의 매출액과 5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노키아에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중소형 LCD 모듈 물량을 따낸 덕분이다.
반면에 주력인 에스티에스반도체통신을 비롯, 코아로직·휘닉스디지탈테크·휘닉스피디이 등 나머지 4개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다수 하이테크 계열사들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갔으며, 코아로직의 경우 보광 그룹이 인수한 첫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사업성을 이유로 매각 정리했던 금속소재 재생 전문업체인 휘닉스엠엔엠은 보광에서 빠져나온 뒤에 지난해 매출 625억원에 영업이익 18억원으로 오히려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보광그룹은 5개 하이테크 계열사의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해 안간힘이다. 비상장 장비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는 웨이퍼 이송장비 업체인 싸이맥스를 작년 말 인수한 뒤 삼성전자 중국 쑤저우 법인장과 스테코 대표를 역임한 박재욱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박 사장은 휘닉스디지탈테크의 자회사인 유비프리시전 대표도 겸임한다. 코아로직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의 서광벽 신임 대표를 영입하고, 올해 흑자 반전을 시도한다. PDP 모듈 파우더 업체인 휘닉스피디이도 최근 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최인호 상무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업종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보광이 그룹의 태생이었던 하이테크 사업군에 본격 손질을 가하는 데는 계열사별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보광의 하이테크 계열사들이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제품력·기술력 등에서 한계가 뚜렷했다는 게 보광 안팎과 삼성전자의 평가다. 보광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그룹 내 하이테크 사업 전반이 시험대에 오른 시기”라며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M&A 등도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당면한 과제는 현 사업군 스스로 독자 생존 역량을 조속히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설성인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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