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IT서비스 대기업 3사 컨소시엄이 수주해 대기업 독점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가공간정보체계 시범 구축사업’과 관련해 앞으로 발주 프로젝트에 ‘대기업 연합군’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삼성SDS·LG CNS·SK C&C 대기업 3사가 공공 부문 정보화사업 수주를 위해 ‘적과의 동침’을 잇따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제재하는 제한입찰 방식이 조달청의 승인을 얻으면 하나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창섭 국토부 국토정보기획과장은 19일 “지난달 국가공간정보체계 구축사업에 삼성·LG·SK 3사가 연합해 입찰하면서 중소기업의 사업 수주가 원천봉쇄됐다는 비판이 높아 다음달로 예정된 다음 발주 프로젝트부터는 대기업 컨소시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특히 입찰요청서에 ‘대기업 간 컨소시엄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조달청의 심의를 의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방침이 결정되면 다음달로 예정된 총 250억원 규모의 2단계 국가공간정보체계 구축사업에 처음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 정보화사업은 발주기관이 각종 조건을 붙여 입찰요청서를 조달청에 의뢰하면 조달청이 최종 심의를 거쳐 공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대기업 간 컨소시엄 제한을 요청하면 조달청이 받아들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조달청 관계자는 “표준공고문에 대기업 간 컨소시엄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어 발주기관이 요청하면 사례별로 타당성을 검증해 반영하고 있다”며 “만약 국토부가 이를 요청하면 대기업 간 컨소시엄이 경쟁 입찰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령에 어긋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서비스 대기업간 컨소시엄은 국가통합전산센터 구축에 삼성SDS-LG CNS가 손을 잡아 선례를 남긴 데 이어 올해 들어 행정안전부 행정융합서비스체계 구축사업에 삼성SDS-SK C&C 컨소시엄이, 국토부 국가공간정보체계사업에 삼성SDS-LG CNS-SK C&C 컨소시엄이 수주하는 등 사례가 빈번해졌다.
국방부가 발주를 앞둔 ‘C4I 프로젝트’에도 대기업 간 짝짓기가 한창이다. 국토부의 이번 대기업 간 컨소시엄 제한요청 결과가 대기업연합 움직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국토부가 지난달 발주한 총 260억원 규모의 국가공간정보체계 1차 시범구축사업에는 대기업 3사가 연합해 입찰하면서 이에 대항해 중소기업들끼리 컨소시엄을 결성해 입찰했으나 결국 대기업 연합이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