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 수출 대박난 비결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우루컴즈 공장. 경기 불황이지만 눈 코 뜰새 없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 때문이다. 수출 대박의 주인공은 주력 제품인 모니터가 아니라 ‘노래방 키오스크’다. 일본에 전량 수출하는 이 제품은 일본 가라오케 틈새 시장을 뚫으면서 공장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이 제품은 개발에서 시장 개척까지 무려 1년 이상을 투자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 제조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승전보’를 날리고 있다. 비결은 지극히 단순하다. 다름 아닌 인내.

 1년 이상 공들이면서 꾸준하게 한 우물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유통망에서 브랜드까지 모든 게 취약하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는 프리미엄, 앞선 기술력,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중소기업 특유의 집요함이 맞물리면서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대우루컴즈는 지난해 말 일본 노래방 공급업체와 자체 개발한 ‘가라오케 키오스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가라오케 키오스크는 노래방에 설치해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과 음성으로 담아주는 장비다. 수출 규모는 오는 8월까지 5000대 규모. 다행히 초기 제품이 반응이 좋아 연내 2만대까지 추가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윤춘기 사장은 “제품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개발에서 판로 개척까지 1년 이상의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지독할 정도로 품질을 따지는 일본업체에 맞춰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수십 번 퇴짜를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던 게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달 중순 미국 정부가 주관하는 조달박람회 ‘FOSE 2009’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현대아이티도 수상을 위해 2년 이상의 투자가 필요했다. 이 박람회에서는 대만 에이서(데스크톱 PC), 미국 모토로라(네트워크 장비), HP(보안 하드웨어)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이 각 부문을 휩쓸었다.

 현대아이티는 46인치 3D 모니터를 선보여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미국 시장에 주력해 온 현대아이티는 이번 수상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미국 정부와 공공기관을 집중 공략해 지난해에만 260억원 규모의 공급 실적을 올렸다.

 이관호 현대아이티 미국 법인장은 “수상을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미국 사업 현황, 납품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며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경희생활과학도 한경희 사장이 직접 2007년 미국 현지에서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 결과, 올해 1∼2월에만 500만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미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 절반에 달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은 6월까지 전체 주문량이 2500만달러에 달하며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7000만달러는 거뜬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했다.

 한경희 사장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은 현지 유통 시장 파악과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기나긴 준비 기간이었다”며 “올해부터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