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한국 PDP부품 `러브콜`

 전세계 PDP 모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 파나소닉이 한국산 부품·소재에 눈 돌리고 있다. 가뜩이나 PDP 모듈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엔고 현상까지 겹치면서 자국내 부품·소재로는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세계 PDP 모듈 시장을 양분해 왔다는 점에서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기술력도 검증됐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최근 PDP 모듈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PDP필터를 한국에서 사들이는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파나소닉은 근래 한국을 자주 방문해 삼성코닝정밀유리·LG화학·SKC하스 등 국내 3개 PDP 필터 업체들과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나소닉은 일본 아사히글라스를 중심으로 자국내 PDP 필터를 주로 구매해왔으며, 지난 4년전부터 삼성코닝정밀유리에서 일부 구매해왔다. 삼성코닝정밀유리 관계자는 “일본 PDP 업체들이 과거 자국내 부품업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 엔고 현상과 수요 침체의 영향 때문에 가격 위주로 구매 관점이 뚜렷이 바뀌었다”면서 “실제 한국으로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현지 구매 담당자들이 우리 회사를 찾는 빈도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비교적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의 특성상 당장 일본측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SKC하스 관계자는 “현재 일본쪽 수출을 위해 제품 승인을 준비중”이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파나소닉이 국내 PDP 필터 업계에 구애 신호를 보내는 것은 최근 환율에 따른 원가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PDP 시장의 부품·소재 구매선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PDP 필터만 해도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을 넘지만 일본·한국 등지에서 한때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LCD에 밀려 PDP 모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지난 2007년 PDP필터 시장 2위였던 일본 미쓰이화학이 사업 철수를 단행했고, 상당수 일본계 부품·소재 기업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시장에서 물러났다. 국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일본 자국내에서 PDP 부품·소재를 조달하려고 해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파나소닉이 한국으로 눈 돌리는데는 가격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구매선 다변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PDP 필터는 PDP 모듈에서 빛의 반사를 막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며 전자파 차단과 색상 보정, 리모컨 오작동 방지 등의 기능을 한다. 지난해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800만장, 금액으로는 1조3000억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