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전파의 발신지를 찾아내는 차량용 전파탐지기의 시장 선점을 둘러싸고 기싸움이 팽팽하다.
차량용 전파탐지기는 자동차 안에서 반경 10㎞ 이내의 특정 전파신호의 발신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첨단 전파감지장비다. 차량에 탑재하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신속한 기동력을 발휘하며 불법 및 위규전파 감시 및 음영지역 파악에 효과적이다. 차량용 전파탐지기는 국가보안, 반테러 활동에 중요한 장비며 해외 기술이전 및 장비 수출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관련기술을 보유한 나라도 미국·영국·호주·독일·일본 5개국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약 10년 전부터 차량용 전파탐지기가 도입됐는데 대당 가격이 10억원대를 호가하고 유지보수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ETRI가 차량용 전파탐지기의 핵심기술을 국산화했다. 지난해 LIG넥스원·삼성탈레스·에이엔디엔지니어링·휴니드테크놀러지 4개 회사가 ETRI의 기술이전을 받아 제품 상용화에 뛰어들었다. 이들 회사는 최근 중앙전파관리소의 차량용 전파탐지기 1차 도입물량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올해 전파탐지 차량 두 대와 부속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26억원을 배정했는데 최초의 국산장비 도입프로젝트란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3년간 250억원을 투입해서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차량용 전파탐지기를 모두 국산장비로 교체할 예정이다. 경찰청·기무사 등도 전파관제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산 전파탐지 차량의 도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시장 분위기를 잡으려는 업체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이달 초 삼성탈레스가 차량용 전파탐지기를 최초로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LIG넥스원은 똑같이 기술이전을 받고 우리도 시제차량까지 만들었다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LIG넥스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불법전파의 방향과 강도를 측정하는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한세대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시장 선점을 자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산화된 차량용 전파탐지기가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해서 연간 300억원대 수입 대체 및 수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