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경용 국채 사들여야"

 정부가 추경예산 확보를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경의 재원을 대부분 국고채 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엄청난 물량 부담 때문에 채권가격이 폭락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용 국채에다 당초 국채발행예정액까지 합치면 연말까지 발행해야할 국고채는 84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채권시장이 위축되어 있어 시장은 한은이 일부를 매수하지 않으면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이를 소화한다 하더라도 시중유동성이 흡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우려도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장기물 국채 3000억달러어치를 직접 매입키로 한 것도 한은이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물량을 감당할 수요처가 마땅치 않은데다 현재 국내 장기금리는 추경 부담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도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과 한국은 처한 상황이 달라 한은의 국채 매입 유인도 별로 없으며 추경용 국채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국채 매입은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시중금리를 폭등시키며 시장에 충격을 가했을 때로 국한돼야 한다며 국채 매입에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일단은 시장자체 소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