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구매비용 절감 등 허리띠 졸라맨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는 글로벌기업들이 구매비용 절감을 위한 묘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OTRA가 최근 발간한 ‘경기침체기 글로벌 기업의 구매정책 변화’에 따르면, GM·지멘스·다임러 등은 비용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구매정책을 수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경쟁사와의 제휴도 불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글로벌기업 구매정책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 절감’이다. GM·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 나비스타 등은 최근 대대적인 기존 거래선 정비에 착수하고, 이 중 일부만 주력 공급처로 선별해 강력한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고정 공급선을 대상으로 핵심 분야까지도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반면, 수요 위축으로 생산 감소가 불가피함에 따라 신규 거래선 발굴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재고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도 특징이다. 홈 리테일 등 유통업체들은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공급받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공급자 선택 시 배송기간과 최소주문량 수용 여부를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자 물품의 신속한 반품과 교환도 공급업체가 갖춰야 할 능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매비용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는 경쟁기업과의 제휴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완성차제조 라이벌인 벤츠와 BMW는 부품 공동구매를 실시해 연간 3억5000만유로의 비용을 절감했다. 신차 개발과 점유율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해 왔던 양 사가 이처럼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게 된 것은 구매 규모를 키워 협상력을 배가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양 사는 앞으로 핵심 부품까지도 공동구매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며, 여타 경쟁사와의 제휴도 추진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환율 변동에 따른 구매선 변동의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특히, 자국 화폐 강세 현상을 보이는 일본, 유럽 기업들이 원화 약세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한국제품으로 관심으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 미츠비시전기, 시바우라 메카트로닉스 등 일본기업들은 납품 가격에 환율 변동이 반영된다면, 한국 부품을 구입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기업들이 그동안 품질 본위를 자랑하며, 자국 내 생산만 고집하던 핵심 부품들도 가격이 보다 저렴한 해외 소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점이라고 KOTRA는 전했다.

KOTRA 조병휘 통상조사처장은 “가격 조건을 중시한다고 해서 품질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춘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오히려 지출을 줄이는 대신 기능과 품질이 더 다양해진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기업들의 품질 수준을 충족시키고 이들과의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면, 꾸준한 품질관리와 기술개발은 물론 나아가 적기 공급체계 등을 갖춤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