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통 못지않은 과정을 겪고 국내에 방송통신 융합 기구와 관련 법·제도가 탄생했지만 본격적인 융합시대를 열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실시간 IPTV 서비스 도입에 관한 논의는 갈등과 봉합을 거듭해 지난해 비로소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시행령 제정 작업까지 마쳤다. 하지만 모바일IPTV 등 곧 다가올 서비스와 관련된 제도가 전무한데다 네트워크 공동 활용 등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이 완성되지 못했다.
융합 산업의 활성화 및 경쟁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방통 융합서비스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살리기 위한 범정부적 논의 등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5년에 걸친 ‘산고(産苦)’=지난해 12월 KT·SK브로드밴드·LG데이콤 3사가 실시간 채널을 포함한 IPTV 방송을 선보이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 2004년 말 국무조정실 ‘멀티미디어정책협의회’ 및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통신방송정책협의회’에서 IPTV정책방향 협의가 시작된 이래 IPTV 도입은 방송계와 통신계를 비롯해 정부·정치권이 내부 갈등을 겪으면서 파열음을 내왔다.
정부 부처 간 갈등 봉합이 좀처럼 되지 않자 국무조정실이 직접 나섰다. 지난 2007년 2월 국조실은 당시 정통부·방송위·문화부 등 관계 부처를 모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를 출범시켰다. 융추위에서는 민간위원을 위촉해 본격적으로 쟁점들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융추위가 내놓은 결론은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방통특위)로 넘어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면서 IPTV 도입은 자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방통특위에서 역시 부처 간, 여야 간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던 IPTV법이 17대 국회 마지막날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서는 △전국을 하나의 사업권역으로 한 서비스 △IPTV사업자의 방송채널사업 겸영금지 △유료방송사업 가입 가구의 3분의 1 시장점유율 제한 △전기통신설비의 동등제공 △콘텐츠 동등접근 △IPTV사업자의 직사채널 운용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법안이 통과돼 관련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프리IPTV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통신업계는 환영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 방통 융합 서비스 정책 수행 기구가 출범하면서 드디어 융합 서비스가 빛을 보게 됐다. 두 법안의 시행령이 잇따라 마련되면서 IPTV 서비스 시작의 토대가 완성됐다.
◇방통융합 서비스 미래를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IPTV 관련 법 제정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업계 및 부처 간 갈등의 골이 심해지면서 이를 봉합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모바일IPTV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은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와이브로 등 IP 기반의 다양한 무선통신 네트워크가 선보이면서 모바일IPTV 시대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와이브로에 이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GSM계열 롱텀에벌루션(LTE) 및 LTE 어드밴스드 등 3.9∼4세대(G) 이동통신 기술에서도 모바일IPTV는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 방통융합의 새로운 서비스로 기대되는 모바일IPTV에 관련한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서 향후 유선IPTV 서비스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업계 간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에 대한 공동활용 부문도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모바일IPTV와 마찬가지다. 현재는 IPTV서비스를 KT 등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가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네트워크 미보유 사업자가 IPTV 시장에 진입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네트워크 공동 활용 제도를 보다 꼼꼼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쟁 활성화, 서비스 고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IPTV의 양방향 특성을 이용한 서비스에 대한 제도 정비도 부족하다. IPTV를 통한 원격진료 등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서비스가 의료법 등과의 마찰 때문에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융합 산업계에서는 지상파 및 위성 DMB 살리기 위한 고민도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DMB는 통신 기기와 방송 서비스가 만난 혁신적인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지만 DMB 업계는 채널 수급 어려움, 수익원 부재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IPTV가 네트워크만 발전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불만도 새겨들을 만하다. 플랫폼, 네트워크, 콘텐츠가 동반 발전해야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국민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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