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강국을 넘어 초강대국으로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강국을 넘어 초강대국으로

 ‘디스플레이 강국을 뛰어넘어 초강대국으로….’

 대한민국의 간판 주력산업으로 성장한 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 세계 시장을 확실히 평정하겠다는 기세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말·연초 전 세계 시장 수요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난 몇 달간은 대규모 감산과 재고 정리라는 혹독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타 주력산업이나 해외 디스플레이업계와 달리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TV 완제품에서 패널 시장은 전 세계를 석권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 세계 LCD 패널 출하량·매출액 기준에서 한국업체들이 마침내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일본·대만·중국 등지의 추격이 거셌지만 세계 시장의 침체 국면에서 이제는 ‘한국 대 비한국’ 구도로 정리되는 분위기인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경구가 최근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이 처한 현실에 꼭 들어맞는 형국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LG의 디스플레이기업들은 올 한 해를 해외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한참 벌릴 호기로 삼고 있다. 지난해 TV업계 최초로 매출 20조원, LCD TV 2000만대, 점유율 20% 이상이라는 이른바 ‘트리플20’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평판TV 판매 목표 2600만대로, 4년 연속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각오다.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PDP TV도 400만대 이상 공격적인 목표치를 잡았다. 올해 전 세계 PDP TV 시장 성장률이 4.8%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6배 이상 높은 신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도 대형 평판TV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매출액 기준 부동의 1위를 결코 놓칠 수 없다는 태세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을 바라 보는 각오가 남다르다. 전 세계 평판TV와 LCD 패널 시장에서 올해는 선두권 진입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세대 LCD 패널 라인 가동을 계기로 올해 출하량 기준 1위를 노린다. LG전자도 지난해 TV 시장 톱3에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LCD TV 1800만대, PDP TV 350만대 등 사상 처음으로 평판 TV 2000만대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이 같은 목표가 달성된다면 삼성과 LG가 전 세계 TV 및 패널 시장에서 ‘수석’과 ‘차석’을 나눠 갖는 셈이다.

 더욱 기대되는 일은 지난 십수년간 삼성과 LG의 협력사로만 안주해왔던 부품·소재·장비 등 후방 산업군이 세계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는 점이다. 삼성·LG에서 검증된 기술력도 빼놓을 수 없지만 올해는 고환율로 인한 호재도 도사리고 있다. 업종을 막론하고 유독 후방산업군만은 취약했던 우리나라 산업계 현실에서 올해 디스플레이 후방 산업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실제로 이 같은 조짐은 벌써부터 발견된다. 장비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 에스에프에이와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장비업계 처음 매출액 4000억원대 고지를 넘어서면서 세계 시장 20위권에 근접했다. 디엠에스와 탑엔지니어링은 각각 전 세계 고집적 세정장비 시장과 액정 주입장비 시장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과거 일본·대만기업의 전통적인 아성을 무너뜨린 국내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인 우리이티아이는 LCD 백라이트유닛(BLU) 핵심 부품인 냉음극형광램프(CCFL) 시장에서 일본 선발 업체들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광학필름 대표업체인 신화인터텍도 역대 업계 최대 실적을 거두며 일본·대만의 내로라하는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BLU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최대 협력사인 한솔LCD가 지난해 업계 처음 연매출 1조원대 고지에 올라서는 등 국내 후방 산업군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경기 불황의 골이 얼마나 더 깊어질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올해 대한민국 디스플레이호의 진로에 최대 변수인 것이 사실이다. 비록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호령하는 국내업계라지만 경기 침체의 벽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반도체·휴대폰 등 여타 주력 산업군과 달리 최근 디스플레이업계의 회복세가 가장 빠르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이 향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을지는 성수기로 접어드는 2분기 ‘시황’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기술 리더십과 양산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결국 시장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는 시시각각 전 세계 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긴장감 속에 반드시 위기를 돌파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