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 세계 디스플레이산업도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수요 위축과 제품 가격의 하락, 설비 투자 침체가 겹치면서 디스플레이 전후방 산업 전반이 시련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위기는 우리나라 업계가 경쟁국을 따돌리고 디스플레이 초강국으로 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산업계 전반이 불황 뒤를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산업에 종사하는 각 주체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패널 대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가 절감과 시장 확대, 연구개발(R&D)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래 소비자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외 핵심 부품·장비업체들과 탄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최종 소비자에서 세트업체, 판매망, 폐기물 처리까지 종합적이고 견고한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래 시장을 지배할 품목까지 미리 준비해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내 대기업 간 혹은 해외기업과의 공동 R&D는 패널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축이 될 것이다.
후방 산업인 부품·재료·장비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핵심 원천기술 분야를 선별해 집중 개발하고, 패널 대기업들의 수직 계열화 완화 분위기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밖에 인수합병(M&A)이나 공동 R&D로 협업 확대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공동 R&D의 중장기적인 효과를 고려해 미래 기술이나 핵심 원천기술에 R&D를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시장성이 큰 부품·소재 및 핵심 장비 분야에 지원과 기업 간 제휴 시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연구소와 대학은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다양한 연구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산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처럼 산업 주체별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업 간 교류 확대와 국제 협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중소 협력사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업계 공동 R&D 체계를 효율화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또 패널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 관행을 선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우수 중소기업들을 적극 발굴·육성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을 텃밭으로 삼는 디스플레이산업은 장비·부품·소재 등 후방산업을 하루빨리 업그레이드해 세계 유수 기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이 디스플레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 성장동력을 선도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경제의 앞날을 책임지는 경쟁력의 발판인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