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거대 ‘중원’땅이 그나마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은 불황의 늪에서도 전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훨씬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역시 신흥 시장으로 각광받던 브라질·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세계 평균 이하로 떨어지고, 선진 시장인 미국·일본·유럽도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관심가는 대목은 범국가 차원의 가전 제품 보급정책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 LCD TV 판매가 4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TV시장은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1%의 성장률을 기록해 다른 신흥 시장과 비교해 두드러진 신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수요 잠재력은 엄청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 내 브라운관(CRT) TV 비중은 54%를 웃도는 수준이다. TV 제품의 교체 주기와 낮아진 LCD TV 가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큰 규모의 대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중국 TV 시장을 촉발시킨 계기는 현지 정부의 ‘가전하향’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지난해부터 가전 제품을 구입하는 농민에게 제품 가격의 13%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중국 시장은 현지 브랜드와 외산 제품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TV 전쟁터’가 된 탓에 이미 LCD TV 가격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다 정부 보조금까지 받으면 32인치 LCD TV의 평균 가격은 248달러까지 내려간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가전하향 정책을 모든 지역에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대형 가전 유통점은 더욱 과감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올해를 시작으로 가전하향 정책이 오는 2013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당분간 중국은 세계 평판 TV 시장의 최대 수요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비해 올해 선진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전 세계 TV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북미 TV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처음 뒷걸음질쳤다. 미국 시장의 LCD TV 판매는 전년(890만대) 대비 20만대가량 줄어든 870만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연초 슈퍼볼 대회 덕분에 반짝 특수가 있었지만 미국은 올해 불황의 직격탄을 피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LCD TV 시장에서 북미 지역 비중과 중국 시장 비중은 각각 29%와 13%로 배 이상 격차가 났지만, 오는 2012년께면 시장 규모가 역전될 것으로 디스플레이서치는 예상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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