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를 친환경 기술로 분류하는 것은 동일한 양의 전기를 적어도 두 배 이상, 최고 네 배 효율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전기는 1킬로와트(㎾)를 사용하면 860㎉의 열량을 발생시키거나, 같은 양을 빼앗아간다. 이때의 ‘성능계수(COP)’를 1로 표현한다. 히트펌프는 여기에 공기압축기·열교환기를 이용, 공기 중 열량이나 지하수의 낮은 온도를 냉난방에 사용한다. 이로 인해 히트펌프 COP는 2∼4까지 구현된다. 두 배에서 네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COP 높이기가 관건=LG전자는 지난 23일 열린 ‘2009 LG전자 냉난방공조(HVAC) 신기술 포럼’에서 히트펌프를 이용, 냉난방 COP를 각각 4.2·4.6까지 구현한 ‘멀티브이슈퍼 III’를 선보였다. 업계 COP 평균치는 냉방 시 3.2 내외, 난방 시 3.5 안팎이다. 멀티브이슈퍼 III는 ‘연속난방운동’ 기능을 통해 난방 COP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영하의 온도에서 히트펌프는 열교환기를 데우기 위해 ‘제상운전’, 자동차로 치면 ‘공회전’을 해야 한다. 난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전력이 다량 소모돼 COP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멀티브이슈퍼 III의 연속난방운동은 열교환기를 두 개 구획으로 나눠 한쪽은 제상운전을, 다른 쪽은 난방을 하는 원리다. 전체 제상운전 시간이 3분의 1로 줄었다.
◇외부 온도 낮아도 난방효율 높게=과거 대형건물용 히트펌프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날씨가 몹시 추운 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난방 시 실외기에서 나오는 찬바람과 영하의 온도가 결합, 시스템 전체가 결빙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날에는 난방이 거의 작동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서리가 끼지 않게 특수코팅을 하거나 냉난방 사이클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종전에 주로 사용하던 동·알루미늄 재질의 소재 대신 서리가 덜 생기는 특수 소재로 대체하기도 한다. 서리를 녹이기 위해 사용되는 보조열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이로써 영하 15℃에도 난방이 가능하다. 박성룡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전체 공조 시장 615억달러 중 히트펌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부분이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COP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