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조 `수퍼 추경` 확정] IT 관련 정보화 예산 왜 확 줄었나

[정부 29조 `수퍼 추경` 확정] IT 관련 정보화 예산 왜 확 줄었나

 “기획 따로, 예산 따로 동상이몽부터 바꿔라.”

 추가경정 예산에 IT 관련 정보화 예산이 예상대로 홀대를 받음에 따라 정보화 예산 수립 메커니즘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부처마다 제각각 기획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칼로 무 자르듯이 뒤엎는 예산 편성방식으로는 이번 추경에서 노출된 사업 중복 기획, 정보화 사업 몰이해 등이 다음에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각 부처의 정보화 예산 기획을 총괄할 추진체계 재정비와 함께 기획과 예산이 분리된 ‘동상이몽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 권한 가진 총괄기구 절실=정보화 예산 추진체계 재정비는 그동안 부처별 중복문제로 단골메뉴로 등장한 화두다. MB정부 들어서는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정통부 출신 관료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뒤 비슷비슷한 정책을 쏟아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통부 해체 이후 IT 분야 컨트롤타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높다.

 현재 정보화 예산 조정체계는 국무총리 산하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받아 심의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보화추진위원회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사후 추인 기능 정도에만 머물 뿐 거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화촉진기본법 전부 개정안’에는 이 때문에 정보화추진위원회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로 바꾸고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보화전략위원회가 최종 조율한 정보화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참작해야 한다’는 문구도 추가됐다. 외형적으로는 각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정보화분야 컨트롤타워 모습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법상에 실질적인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해 향후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규칙 수립 과정에서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의 부처 간 조정 기능, 재정부와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원태 박사는 “현행 정보화추진위의 부처별 심의나 통합방식보다는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분야별 통합·조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재설계하는 한편 조정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가 추진 중인 범 부처 정보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가 하루빨리 구축되면 사업 중복이나 투자 우선순위도 명확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획-예산 통합운영 시스템 절실=이번 추경에서는 정보화 기획과 예산연계 부족이 여전히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기획을 담당한 각 부처와 예산을 배정하는 재정부의 코드가 맞지 않아 공들인 기획이 휴지 조각이 되기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간 법정기구인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조건부로 확정한 사업들도 재정부 예산 편성과정에서도 활용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정보화 기획과 예산편성을 일원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정보화 기획과 예산연계 부족은 재정부 관계자들이 정보화 사업하면 아직 전산시스템 구축 정도로 여기는 등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정보화는 단순한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IT를 통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일련의 프로세스 개혁인만큼 정보화 기획단계부터 재정 전문가가 함께 이해의 폭을 넓혀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대통령실 관리예산처(OMB) 산하에 전자정부국을 만들어 기획과 예산편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참여정부 말기에 재정운용실장(현 예산실장)을 의장으로 각 부처 국장급 인사가 참여하는 정보화예산협의회를 설치할 계획을 마련했으나 MB정부 들어 이를 폐지했고, 현재 대체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추경은 올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을 기획해야 하는데도 3∼5년의 장기 프로젝트를 들고 가 재정부로부터 비판을 받은 경우도 많다”며 “기획과 예산이 분리되면서 IT관련 부처들도 동상이몽을 꾸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