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 IT예산은 역시 쥐꼬리

29조 `슈퍼 추경` 확정했지만 예산 400억대

 정부가 28조9000억원에 달하는 슈퍼 추경안을 마련했으나 정보기술(IT) 기반 ‘디지털 뉴딜’은 우려대로 4000억원대에 불과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됐다.

 새 정부 들어 IT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가운데 ‘IT 예산’이 홀대를 받으면서 국가정보화를 실질적으로 조율하고 예산 반영에도 간여할 수 있는 추진체계 재정비도 과제로 떠올랐다. 정보화 업무의 전문성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정보화 기획 단계부터 예산이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4일 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4조5000억원), 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3조5000억원), 지역경제 활성화(3조원), 녹색성장 등 미래대비 투자(2조5000억원), 저소득층 생활안정(4조2000억원) 등 5대 분야에 역점을 둔 총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확정했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유례없는 슈퍼 추경을 마련했다.

 하지만 ‘디지털 뉴딜’은 IT·SW 융합 상용화와 국가 DB 구축 등에 21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와 방송콘텐츠 등을 합쳐 4000억원대에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 등 IT관련 부처가 1조2000억원대의 예산을 요청한 것의 3분의 1 정도만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신성장동력 조기사업화를 위한 R&D 예산인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에 3000억원이 반영돼 R&D 예산을 합치면 IT 예산 규모는 총 8637억원가량 배정됐다.

 남궁민 지경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비록 업계에서 기대했던 규모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정부는 올해 본 예산에 반영된 사업들과 연계해 IT·SW 뉴딜 사업들이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 예산이 우려대로 대폭 삭감되자 업계와 학계는 미래 성장 기반과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포기한 처사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김성조 한국정보통신학술단체연합회장은 “지경부가 5000억원 가까이 신청한 SW 뉴딜 예산은 당초 예상보다 더 낮은 1500억원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IT가 홀대를 받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미국과 일본이 미래 먹거리인 IT 분야에 각각 4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IT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화(IT) 예산 추진체계 재정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번 추경 편성과정에서 지경부, 행안부, 방통위 등 저마다 수립한 정보화 기획이 중복되는 등 조율이 안 돼 재정부로부터 전액 삭감되는 등 허점이 곳곳에서 노출됐기 때문이다. 또 재정부의 이해 부족으로 ‘전자문서’ 등 주요 사업이 좌초되면서 기획과 예산이 연계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부처 공무원 가운데 아직도 정보화 하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정도로 보는 등 IT에 대한 전문성과 인식이 낮은 상황”이라며 “정보화는 IT를 통해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정책을 수립·집행하려면 장기적으로 미국 전자정보국처럼 기획과 예산을 한꺼번에 수립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