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5억위안 vs 130억엔 vs 296억원](https://img.etnews.com/photonews/0903/090324042517_226341694_b.jpg)
15억위안(약 3450억원) 대 130억엔(약 1881억원) 대 296억원. 중국, 일본, 한국이 각각 내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투입할 국가관 건립 및 운영 예산이다. 한국관 예산은 단순 비교로 중국 측 예산의 11분의 1, 일본의 6분의 1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동북아 IT·첨단기술 맹주로서 한국이 역대 엑스포에서 인정받아왔던 명예와는 거리가 먼 수치다. 예산당국은 당장 급한 일자리 창출과 수출에 쓸 돈도 빠듯한데, 왜 남의 잔치에 돈을 쏟아붓느냐며 당초 신청된 예산의 35%를 깎아버렸다. 예산이 절반 가까이 뭉터기로 잘려나가니, 일 추진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주최국인 중국은 “왜 이렇게 한국이 굼뜨냐”며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하이란 무대가 어떤 곳인가. 지난해 상하이 총생산액(GDP)은 1조3700억위안(약 315조원), 1인당 GDP는 1만529달러에 달했다. 중국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는 핵심 엔진인 셈이다. 거기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상하이방(上海幇)’이 주축이 돼 사실상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상하이엑스포 2010 본 무대는 무려 7000만명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농촌지역 가정이 가전, IT제품을 구매할 때 13%의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향’ 사업에 무려 9200억위안을 쏟아붓고 있다. 상하이엑스포 국가관은 단지 문패를 걸어놓고 ‘한국이 이런 나라’라고 떠벌리는 일시적 이벤트 무대가 아니다. 한국의 최첨단 브랜드와 앞선 기술력을 만천하에 뽐낼 수 있는 치열한 ‘국가 세일즈’의 장이다.
중국에 협조하면서 ‘실리’를 챙기고, 2년 뒤 여수엑스포까지 기회를 끌어오는 묘수를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도 ‘돈’이 있어야 발휘된다.
상하이(중국)=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