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이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10년 후인 2019년까지 고품격 서비스, 최첨단 항공기, 글로벌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매출액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물론 국제항공여객 수송 순위 10위권, 화물운송 15년 연속 1위라는 현재의 위상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창사 40주년을 넘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는 대한항공. 이곳에서 6년째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대한항공의 IT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이상만 정보시스템실장(상무)을 만나봤다. 인터뷰 요청 시 부담스럽다며 어색해하던 이 상무는 인터뷰가 진행되자 전산 개발자 출신답게 항공사 경영에 IT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그러나 단순히 IT가 IT에 그쳐서는 안 되며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시스템 경영 기반 마련으로 명품 항공사 재도약
“올해 대한항공은 40주년을 맞아 명품 항공사로 도약할 예정입니다. IT 역시 명품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 경영기반 마련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올해 대한항공의 IT 전략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이상만 상무의 대답이다.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비즈니스와 연동된 IT 전략을 펼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지난해 착수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모든 IT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상무는 “이처럼 대규모로 ERP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경영진이 보다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ERP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 마련된 중장기 IT 전략에 따라 도입됐다. 이후 전 세계 항공사 사례분석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 데이터 분석 등을 검토한 후 지난 2007년 10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3단계로 추진 중인 ERP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 재무, 자재, 시설, 항공우주 등에 적용, 1단계를 완료했고 올해 기내식, 수익관리, 관리회계 등에 적용하는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항공기 정비 부문을 대상으로 마지막 단계인 3단계를 진행,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ERP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항공사 운영에 필요한 많은 시스템이 통합돼 현업 사용자에게 단일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진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프로젝트도 ERP와 병행해 추진 중이다. 현재 IFRS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설계 작업이 완료된 상태며 올해 상반기에 시스템 구축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한진, 한진관광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IFRS 시스템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역시 글로벌 회계기준을 준수, 세계적 항공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정보활용 극대화 방안을 마련,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축된 e티켓 시스템을 통해 얻어지는 고객 및 마케팅 관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 보다 효율적인 원가 절감 정책 및 마케팅 정책 등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e티켓 시스템에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운항 및 객실 승무원 시스템 업그레이드 △ 대한항공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의 시스템 확대 구축도 지원할 예정이다.
# 미국 ITDC 통해 공격적 경영목표 지원
대한항공은 올해 새로 수립된 ‘2019 경영목표’에 맞춰 향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A380기 도입을 시작으로 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각각 10대씩 차세대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 130대의 항공기가 180대로 늘어나게 된다. 또 글로벌 노선망을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신성장 시장으로 확대, 현 39개국 116개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전 세계 140개 도시로 넓힐 방침이다. 글로벌 물류지역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국제공항을 비롯한 해외 현지 물류 시설 확보 및 합작사 설립 등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이 상무는 “항공사의 모든 비즈니스는 IT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향후 추진될 경영 방침에 대한 IT 전략을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기획 단계부터 IT도 같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항공기가 투입되거나, 노선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운용하게 될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의 용량 증설은 물론이고 일부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원활한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IT 지원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경영 방침에 따라 IT 지원도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IT 지원을 위해서는 신IT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비IT 업체로서는 드물게 미국에 IT 개발센터(DC)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대한항공 ITDC’는 글로벌로 제기되는 신IT에 대해 신속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이후 항공 비즈니스 적용을 위한 파일럿 테스트도 추진한다.
이 상무는 “대한항공이 해외에 IT 개발센터를 두는 이유는 그만큼 항공·물류 산업에서 IT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IT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항공·물류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 비즈니스에 초점 맞춘 IT아웃소싱 시행
대한항공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 토털 IT 아웃소싱을 시행한 기업 중 하나다. 이미 지난 1999년 한국IBM과 10년 장기 IT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 시행한 데 이어 지난해 추가로 10년 연장계약을 완료했다. 앞서 진행한 10년과 향후 진행될 10년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최장 기간의 IT 아웃소싱 사례다.
“데이터센터 운영은 대한항공의 비핵심 부문이라고 일찌감치 판단했습니다. 그런 만큼 잘할 수 있는 전문업체가 맡아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대한항공이 이미 10년 전부터 토털 IT 아웃소싱을 수행하고 있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대한항공은 짧은 기간 내 규모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급성장했고 그만큼 IT 자원도 확대됐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을 즉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아웃소싱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웃소싱 제공업체의 온디맨드 서비스가 주효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대한 아웃소싱은 물론이고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아웃소싱을 시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로서는 IT 아웃소싱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이 상무는 “과거 아웃소싱은 단순한 전산시스템 운용에 대한 부분만 담당했으나 최근 들어 비즈니스를 고려한 아웃소싱을 제공하고 있다”며 “IT 아웃소싱도 이젠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한국IBM과 추가로 맺은 장기 IT 아웃소싱 계약에서 서비스준수협약(SLA)를 비즈니스에 맞춘 비즈니스서비스준수협약(BSLA)으로 바꿔 체결했다.
한편 현재 대한항공은 기획, 디자인, 관리를 담당하는 자체 전산인력 120명, 외부 아웃소싱 IT 인력 1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