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유통의 혁명을 가져온 자동 판매기는 지난 1940년대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미국에서 개발, 보급되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70년대 후반께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단순히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진열된 상품 버튼을 누르는 수동적인 자판기의 역사를 뒤로하고 양방향성의 다이내믹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른바 ‘u자판기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통신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자판기에 새 옷이 입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는 첨단 기기들의 홍수 속에 행사장 한켠에 전시된 자판기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묶어 세웠다. 이제는 고루한 느낌의 단어가 된 자판기가 어떻게 첨단 제품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시선을 끌 수 있었을까.
삼성전자는 기업(B2B) 시장수요를 겨냥해 대형 터치스크린과 무선통신 기능이 탑재된 양방향(인터랙티브) 자판기용 모니터 솔루션 ‘460I’를 선보였다. 코카콜라 제품의 자판기에 시범 적용된 이 솔루션은 터치스크린 기능의 46인치 대형 LCD모니터가 핵심. 음료와 스낵 등을 가리키는 버튼을 눌러 선택, 구매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구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화면에는 애니메이션 광고영상이 제공되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 좌우로 돌려 입체적 화면도 볼 수 있다.
자판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측에서 보면 이 제품의 혁신성은 극대화된다. 자판기에 탑재된 무선인터넷(Wi-Fi) 기능을 통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상품 재고·판매 정보, 고장 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물론 광고 등 화면에 등장하는 콘텐츠도 바꿀 수 있다.
이 제품은 또 자판기 파손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에 충격이 가해지면 내장된 동작 센서가 이를 감지한 뒤 장착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서비스 업체의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기능도 적용돼 있다. 한마디로 자판기를 통한 재고관리와 고객관리를 판매시점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터치 스크린은 최근 일부 문서 발급기나 금융자동화기기의 소형 모니터에 적용되고 있지만, 이처럼 대형 화면에 양방향성 콘텐츠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제공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판기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늘어선 이유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u자판기를 만날 날은 머않았다. 다만, 아직은 고가인 대형 터치 스크린 모니터의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보급시기를 앞당기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