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들, 계급장 떼고 `현장`으로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김포 소재 중소기업체를 방문, 기업 대표로부터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오른쪽)이 지난달 17일 김포 소재 중소기업체를 방문, 기업 대표로부터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이달 12일 경기도 안성에서 개최한 ‘우수 벤처기업 성장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소재업체 유니테크 이성호 사장으로부터 정부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유치가 절실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민 행장은 실무팀에 투자 가능 여부를 지시했고 현재 실사를 거쳐 투자집행을 앞두고 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올 초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영세상인과 점심식사를 하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행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이 어려웠던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사업자를 위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후속으로 ‘우리 이웃사랑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은행장의 현장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직접 찾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다.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은행장의 현장경영 프로그램인 ‘신 타운미팅’ 행사를 개최중이다. 지난해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별로 개최하던 타운미팅을 실효성 도모를 위해 업그레이드한 신 타운미팅은 산업 또는 테마별로 기업인들과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행사다. 이달에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과의 대화를 개최했으며 다음달에는 녹색성장산업 기업인과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수출중소기업·여성CEO·가업승계CEO 등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도 기획중이다. 윤용로 은행장은 “동종업계 기업인들과 대화를 해보니 고민을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신 타운미팅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초 취임한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매주 한번 이상 기업체를 찾고 있다. 김 행장은 이와 관련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수출입은행이 도울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직접 찾아 대화를 나누고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측은 김 행장의 현장 방문 후 ‘지난해 인상한 대출금리 1.5∼2.0%포인트 인하’ ‘중소기업 외화 대출 만기연장’ ‘네트워크 대출 상품 개발’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국민은행도 올 초 강정원 은행장이 거래 중소기업 방문 후 이들 중소기업으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현장 중심의 금융애로 상담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9월 만든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반’을 개편한 것으로 은행측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은행장들의 현장 행보는 최근 경영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는 기업 애로를 반영함으로써, 자사 이미지를 쇄신하고, 경제 회복시 우량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금융계 전체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은행장의 현장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상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소기업계는 은행장들의 현장경영을 매우 반기는 모습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 주최 벤처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이성호 유니테크 사장은 “처음에는 형식적인 자리인 줄 알았다”며 “기술적인 애로사항까지 세심히 챙기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