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기회가 되면 그리스 식당에 들러 그리스 음식과 와인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서양요리 중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과 함께 3대 미식이지만 우리에게 그리스는 좀 멀게 느껴지는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가족 유대관계가 강한 민족으로 음식의 전통도 오래 유지해 기로스, 수블라키, 무사카 등 전통음식과 그리스 전통 포도품종으로 양조한 와인을 같이 들면 훌륭한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느낄 것이다. 특히 풍부한 해산물과 싱싱한 야채, 올리브를 주제로 한 음식들은 우리의 입맛에 잘 맞는다. 약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리스 와인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만들었다는 전설과 함께 생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많은 섬으로 구성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고 와인이 그 지역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낙후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형적으로 무더운 지중해의 섬인만큼 온도가 높아 강하고 진한 맛의 와인이 제조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리스 사람들은 와인에 물을 타서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기후, 지리적인 문제 등이 그리스 와인이 와인의 발생지였음에도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 동안 와인산업의 국제화를 꾀해 와인법을 프랑스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스 와인의 최고 등급인 OPAP 등급의 25개 와인은 그리스 와인을 대표한다. 그리스에는 수백종의 포도품종이 있는데 레드와인으로는 아요르이티코와 시노마브로가 있다. 60%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은 아시르티코와 모스카토가 있다.
레드와인인 아요르이티코는 풍부하고 우수한 타닌이 강하며 체리와 베리향이 나는 카베르네 쇼비뇽과 비슷한 품종으로 그리스 와인의 주산지인 필로폰네소시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시노마브로는 마케도니아 전역에서 재배되며 부르고뉴 와인과 맛과 향이 유사하다. 나우싸 지방이 주산지다. 그리스 와인 중 가장 잘 알려진 아시르티코 품종은 그리스 최고의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산토리니가 주산지다. 높은 페론 성분이 함유돼 있고 풍부한 시트론 향기가 일품이다.
다프니는 크레테 섬의 전통적인 포도 품종으로 그리스어로 월계수라는 뜻이며 그 향기가 월계수와 같아 지어진 이름으로 상쾌한 산도와 깨끗한 맛 때문에 그리스 최고의 와인으로 인기가 높다. 그리스가 낳은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주옥 같은 아리아를 들으며 그리스의 산토리노 와인 한잔은 어떨까.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