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5년 동안 양국 간 교역량은 4.5배 증가했으며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의 5번째 수입국으로 성장했다.
26일 KOTRA가 우리나라와 칠레 양국의 교역 추이와 칠레 현지 시장동향을 분석해 발간한 ‘한-칠레 FTA 5주년 성과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한·칠레 통상 협정이 상호보완적인 양국 산업 특성을 강화해 모두 이익을 얻는 윈윈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FTA 체결 이후 5년간 휴대폰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117%에 달하는 등 한국은 비교우위에 있는 IT제품을 비롯한 공산품의 수출을 크게 늘렸다. 같은 기간 물량 품귀현상을 빚기도 한 구리, 아연 등 전략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에도 FTA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철강과 보일러는 칠레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승용차는 2위, TV는 3위에 올랐다. 승용차는 판매액을 기준으로 작년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으나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는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 칠레 10대 수출 품목 모두가 현지 수입시장 점유율 6위 이내를 점유했다.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효과 외에도 FTA 체결로 양국은 상대 국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등 무형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칠레 정부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정보통신 등 첨단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와의 보완적 협정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우리 기업들이 칠레를 교두보로 중남미 시장 진출을 확대한 것도 FTA 체결에 따른 성과 중 하나다. 이건산업은 애초 한국으로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 칠레에 현지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칠레가 FTA 체결국을 확대한 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가 증가하면서 가파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 독일 등지로 작년 2850만달러를 수출해, 1997년 대비 4배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칠레는 만성적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소 발주를 늘리고 있는데, 포스코 건설은 2006년 3억7000만달러, 작년 13억달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 한국타이어는 FTA 체결로 타이어 관세와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동시에 인하되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칠레에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유통업체와 제휴해 칠레 전역을 통괄하는 유통망을 확보, 2003년 300만달러에 머물던 수출을 작년에는 1220만달러로 높였다.
반면, 칠레가 중국·일본·인도 등 우리의 주요 경쟁국과 FTA를 연달아 체결하면서 FTA 선점효과는 희석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국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5.6%로 전년 대비 1.63%P 하락한 반면, 중국산과 일본산은 점유율은 각각 0.61%P와 1%P 상승했다. 또, 한국이 칠레로 수출하는 10대 품목 중에서 9개가 일본 또는 중국과 경합하고 있다.
KOTRA 오혁종 구미팀장은 “FTA 체결 이후 칠레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지만, 칠레 주요 산업인 광산, 발전 분야에 사용되는 고가·고부가 기계류를 비롯한 다른 제품의 인지도는 아직 미국, 일본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차별화된 제품 출시와 고급품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