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바람의 영향

[묵현상의 골프세상] 바람의 영향

 맞바람이 불 때 볼에 걸린 스핀의 양은 두 배 이상 증폭된다. 슬라이스 스핀이 걸려 있다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휘어진다. 훅도 마찬가지다. 심한 백스핀이 걸린 드라이브 샷은 더 높이 떠오르게 되고 수직으로 낙하한다. 바람의 영향은 방향과도 관계가 있지만 스핀과 더 많은 관련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티샷을 할 때 낮은 탄도로 때릴 의도로 티를 낮게 꽂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티가 낮으면 토핑이 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운 블로로 때리게 돼 백스핀이 많이 먹기 때문에 거리에서 더 많은 손해를 본다. 티의 높이를 평상시처럼 꽂고 스탠스를 넓게 서서 백스핀이 덜 먹도록 어퍼 블로로 때리는 것이 정석이다.

 파3홀의 티샷도 마찬가지다. 티를 낮게 꽂고 다운 블로로 때리는 정상적인 샷은 백스핀이 많이 먹어서 거리가 더 짧아진다. 비정상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티를 약간 높게 꽂고 어퍼 블로로 때리는 것이 거리 손해를 줄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다.

 90대 골퍼들에게는 바람 부는 날이 내기 골프에서 이길 수 있는 찬스다. 드라이버 거리 220야드를 보내는 보기 플레이어는 초속 4m의 맞바람 속에서 드라이브 샷을 때리면 185야드가 나가 15%의 손해를 보지만 250야드를 때리는 싱글 핸디캡 골퍼는 200야드가 나가 20%의 손해를 본다. 스윙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맞바람의 영향이 점점 커진다. 170야드 정도를 때리는 여성 골퍼나 시니어 골퍼의 드라이브 샷은 10야드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하수들이 훨씬 유리하다.

 아이언 샷은 이 차이가 훨씬 심해진다. 5번 아이언 샷에서 보기 플레이어는 15% 정도 손해를 보지만 싱글 핸디캡 골퍼는 25% 손해를 본다.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싱글 핸디캡 골퍼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그린 앞 벙커에 볼을 빠뜨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보기 플레이어들은 정확성이 별로 없어서 평소에도 아이언 샷의 방향이나 거리가 들쭉날쭉하므로 바람의 영향보다는 스윙의 부정확성이 더 큰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심한 바람이 불어도 결과에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싱글 핸디캡 골퍼는 그렇지 않다. 바람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조금씩 자기의 스윙을 불신하게 되므로 성적이 급격히 나빠진다.

 다만 하수가 조심해야 하는 것이 드라이브 샷의 슬라이스다. 맞바람 속에서는 스핀이 증폭되기 때문에 평상시 같으면 우측 페어웨이에 떨어질 볼이 OB 지역으로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티샷을 할 때는 바람을 뚫고 총알같이 날아가는 티샷을 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때려서 페어웨이를 지키기만 하면 고수들은 스스로 무너져 버린다. 예전에 안성기와 유지인이 주연했던 이장호 감독의 명작 ‘바람 불어 좋은 날’을 되뇌며 편안한 마음으로 라운딩에 임한다면 그간 고수에게 맡겨놓았던 예금을 이자까지 붙여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