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메탈리카 등 세계 유명 밴드의 공연과 영화제, 인터넷 분야 콘퍼런스로 들썩거렸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미디어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09’ 행사다. 참가자들은 열흘 동안 음악과 영화와 캠핑을 즐기며 축제를 만끽했다. 오스틴은 미국 석유산업의 본거지인 텍사스의 주도지만 델·프리스케일·내셔널인스트루먼츠 등 첨단 IT 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는 혁신 주도 지역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도 이곳에 있다.
대중에겐 독특한 음악과 영화 문화가 있는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IT 분야의 기술적 창조성과 자유분방한 예술적 창조성이 공존하는 셈이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그의 저서 ‘창조적 계급’에서 “오스틴은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육성해 창조적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혁신 도시로 변모했다”며 “예술과 문화의 창조성이 서로 교류하고 자극하는 문화가 있는 곳에 창조적 경제가 꽃핀다”고 설명했다.
◇문화 토양 없으면 창조성 없다=오스틴은 창조경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창조적 분위기가 숨쉬고 이를 호흡하는 기술 및 문화·콘텐츠 분야 종사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런 ‘창조적 문화’야말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자금을 쏟아붓는 기존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름다움과 디자인, 스토리텔링과 공감 등이 중요해진 창조경제 시대엔 선진국의 기술을 추종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적 가치를 만들 수 없다. 창조경제란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열린 사고로 받아들이고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인 창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개인이나 소수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해 지식거래나 콘텐츠, 서비스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1인 창조기업은 창조경제에 최적화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 구축 서둘러야=국내에 창조경제가 활성화되면 1인 창조기업은 문화산업과 프리랜서층을 중심으로 2013년엔 5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50조원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민의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교환되며 비즈니스나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창의 생태형 사회’를 지향한다.
창조경제는 창조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생태계를 전제로 한다. 창의적·모험적 비즈니스가 기존 사회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유통망을 쥔 쪽이 열매를 독점하거나 희박한 저작권 의식으로 창조적 성과물을 맘대로 가져다 쓰는 일이 일반화되면 창조경제는 시작부터 싹이 마를 수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창조경제의 선결요건으로 “망 개방이나 저작권 강화 등 창의성을 키우고 이를 비즈니스와 쉽게 연계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김준배·한세희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