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을 유발하는 333개의 핵심 유전자를 규명하고, 광우병 잠복기에 미리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외 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스텍 황대희 교수와 조지훈 박사팀은 미국 시스템생명과학연구소(ISB), 맥로린 연구소,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광우병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핵심 유전자 군을 선별해냈으며, 이들을 이용해 광우병 조기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고 26일 밝혔다.
2002년부터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몰레큘러 시스템즈 바이올로지(Molecular Systems Biology)’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다른 다섯 종류의 쥐에, 양과 소에서 추출한 두 종류의 프리온(prion)을 감염시킨 뒤 병의 진행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생겨난 약 3000만 데이터 값을 분석했다. 나아가 광우병을 유발시켜 마지막 단계인 신경퇴행에까지 주요한 역할을 하는 333개의 핵심 유전자를 선별했다.이와 함께 이들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광우병의 발병과 신경퇴행, 사멸의 분자유전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광우병에 감염된 쥐가 증상을 보이지 않는 감염 초기(8∼12주)에 발현이 늘어나는 면역·콜레스테롤·글리코스아미노글리칸스·스핑고지질 같은 대사관련 핵심 유전자들을 선별해냄으로써, 이들을 이용한 광우병의 조기진단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광우병의 직접적 원인인 프리온 유전자와 단백질 연구에 집중되어 온 기존의 연구를 넘어 프리온 단백질 축적에 용이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감염 초기에 활성화되는 다른 유전자들과 그 상호작용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황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시스템생물학적 방법은 암·퇴행성뇌질환·자가면역질환·심혈관계질환·감염질환 등과 같은 난치성 질병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이를 응용하면 각 질병의 발병과 진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에 대한 선별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