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을 두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정부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고, 최근 한·중·일 3국의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관련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직 탄소시장 자체가 형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소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의무감축 국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가 없어 거래소가 설립돼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이나 일본의 수요자를 끌어들인다 해도 대규모 감축사업이 없어 제한적 공급자로서의 역할 밖에 할 수 없다 게 이유다.
오히려 탄소배출권거래소 설립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와 기능, 역할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도권 경쟁이 한창인 거래소는 누가하든 중요한 게 아니다”며 “탄소시장의 핵심은 거래소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인데 수요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거래소 설립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CER(CDM사업을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의 공급자 역할만 담당하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은 후성이나 휴켐스 등 일부 기업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생산양도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및 민간 주도로 국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실적(KCER)을 시카고거래소와 같은 자발적 시장에 내다 팔려고 시도 중이지만 가격하락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구매해주는 자발적 시장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개념으로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노종환 한국탄소금융주식회사 대표는 “탄소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외부와 연계가 돼야 하는데 의무감축량이 선진국 수준으로 할당되거나 강제로 기업에게 감축의무를 지우기 전에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요원하다”며 “의무감축이 주어지더라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감축 대상 기업의 의무할당을 CER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