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해외공장 동남아로 몰린다

 #소형 기어드모터 회사인 에스피지(대표 이준호)는 이달 말 베트남 호치민에 해외 공장을 새롭게 완공한다. 중국 쑤저우에 공장을 두고 있던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베트남 진출을 준비해왔다. 중국 생산기지는 내수 시장 공략을 목적으로, 베트남 기지는 미주·유럽 등에 수출하는 물량을 소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생산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스테핑모터업체인 모아텍(대표 임종관)은 지난해 11월부터 필리핀 바탕가스 공장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둥관에 이어 해외에 두번째로 건설한 해외 생산 거점이다. 생산량을 점차 확대해 모아텍이 올해 생산하는 스테핑모터의 20∼30%를 필리핀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필리핀 공장의 면적은 중국 공장의 2배 수준으로 향후 설비 증설을 염두에 두고 완공했다.

부품업체들이 동남아 지역에 잇따라 공장을 건설, 해외 생산기지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 줄지어 몰려가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베트남,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인프라가 열악하고 진출한 회사도 없어 독자 진출하기엔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차이나리스크’에 대비하고 추가로 해외 생산 기지 확보를 시도하는 회사들이 늘면서 현지 여건도 개선되고 있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생산 기지 운영시 단점에 대해 △해마다 지속되는 인건비 상승 △위완화 강세로 환율 부담 △각종 규제 등을 꼽는다. 과거에는 값싼 인건비 때문에 중국을 선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졌기 때문에 굳이 중국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김성호 모아텍 상무는 “인건비나 노사분규 등 돌발적인 차이나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필리핀에 생산거점을 두게 됐다”면서 “동남아에 있는 고객사와 인접한 데다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해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피커회사인 에스텍(대표 김충지)은 지난 1995년에 베트남 호치민에 공장을 설립했다. 처음 진출할 당시만 해도 인프라도 부족하고 한국기업도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협력사와 동반진출을 꾀하면서 상황이 호전됐다고 한다. 이 회사는 전체 생산물량의 45%를 베트남에서 담당, 중국(49% 생산)과 안정적인 생산이원화 체제를 구축했다.

이밖에도 동양이엔피(대표 이용문)·우리이티아이(대표 윤철주) 등이 베트남 진출에 가세했다. 전원공급장치 회사인 동양이엔피는 지난해 7월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공사중인 공장이 완공되면, LCD·PDP TV용 전원공급장치와 휴대폰 충전기 등을 생산한다. LCD용 부품인 냉음극 형광램프(CCFL)을 생산하는 우리이티아이도 지난해 하반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CCFL 생산설비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 기업의 해외 기지 다원화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