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모터쇼에서 한국과 일본이 하이브리드카를 두고 한판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전기모터와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연료 절감과 배기가스 배출이 적어 차세대 자동차로 친환경차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기술력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도요타, 혼다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를 서울모터쇼에 쏟아놓자 현대기아자동차도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카를 공개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번 모터쇼는 바로 한일 양국 간 하이브리드카 기술 수준을 가늠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선도기술 보여주겠다=한국도요타자동차는 신형 캠리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해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렉서스 LS600h, GS450h, RX400h 등 총 5대의 하이브리드카를 전시한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지난 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출시된 이후 환경 보호 기술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도요타가 강조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이번에 선보일 프리우스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3세대 모델이다. 1.8ℓ 가솔린 엔진을 얹었고 새롭게 개발된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 II)을 장착했다. 연료절약 운전을 도와주는 새로운 시스템을 탑재해 연비는 리터당 26∼27㎞에 달한다.
특히 연료절감 시스템은 차량 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현재의 연비 수준이나 연료절약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표시해 준다.
신형 프리우스는 오는 5월 일본출시를 시작으로 하반기부터 북미 등 세계 주요지역에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오는 10월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과 함께 시장 개척을 선도해 온 혼다는 보급형 하이브리드 인사이트, 스포츠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CR-Z, 시빅 하이브리드를 통해 혼다의 선진 하이브리드 기술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선보인다.
뉴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는 1190㎏의 무게에 1.3ℓ 엔진과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일본에서는 출시 열흘 만에 1만대가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리터 i-VTEC 엔진과 혼다만의 IMA(Integrated Motor Assist) 시스템을 결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 탁월한 연료 효율성을 갖췄다. 이 차는 또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 시스템은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효율적으로 협조 제어하고 미터의 컬러 변화로 연료소비율을 표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인사이트는 공기저항계수 0.28㏅를 달성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으로 연비가 리터당 30㎞(일본 공인연비)에 이른다. 국내에는 내년에 판매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LPI 하이브리드카로 상대=현대차는 일본 업체의 공세에 대응해 싼타페 하이브리드카와 베르나 하이브리드카, 클릭 하이브리드카 등 하이브리드카와 투싼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를 출품한다. 올 7월에 국내에 처음 시판하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는 연료를 휘발유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LPG를 쓰기 때문에 연비가 뛰어나다. 연비는 대략 가솔린 기준으로 리터당 24㎞로 예상된다. LPG 기준으로는 리터당 19㎞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7월부터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지하철 공채, 개별소비세, 취등록세 등 310만원의 세금감면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모델이다.
기아자동차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를 비롯, 쏘울 하이브리드카, 씨드 하이브리드카 등 총 3대의 하이브리드카와 모하비 FCEV를 전시한다.
9월 출시 예정인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는 연비와 가격도 대략 아반떼와 동일하다.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는 LPG 연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모터가 출발 또는 가속 때 내연기관을 도와주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1600㏄ 감마LPI HEV엔진이 탑재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카의 최고출력은 114㎰, 최대토크는 15.1㎏·m로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하며 연비는 리터당 17.2㎞(무단자동변속기, CVT)로 최고의 경제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LA오토쇼에 첫선을 보인 모하비 FCEV는 기존 스포티지 연료전지차보다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연료전지차량이다. 모하비 FCEV는 200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아이블루(i-Blue)에 적용된 언더플로어(under-floor) 플랫폼이 실제 차량에 최초로 적용된 모델이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 스택을 엔진룸에 배치한 기존 스포티지 연료전지차와 달리 핵심부품들을 차체 중앙 바닥에 위치시켜 중량을 차량 앞뒤로 고르게 배분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2.7ℓ 디젤엔진에 34㎾ 전기모터를 탑재한 디젤 하이브리드를 내놓아 주목받는다. 이 차량은 시속 50㎞ 미만까지 전기로 구동된다. 디젤엔진에 비해 연료효율이 30%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기차 시대 성큼
이번 모터쇼에는 이미 상용화되거나 상용화를 앞둔 전기자동차들이 선보인다.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친환경차 시장을 놓고 기선을 잡은 하이브리드 시장에 전기차의 만만치 않은 공격이 시작됐다.
GM대우는 이번 모터쇼에 미국에서 공수한 볼트를 전격 내놓으며 전기차 상용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볼트는 속도와 관계없이 상시 전기구동 방식을 취하는 전기자동차다. 16㎾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최대 64㎞ 주행이 가능하며 전기를 모두 쓰면 휘발유를 이용하는 엔진 발전기가 전기구동 유닛에 연속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최고출력 150마력을 내며, 최고시속은 160㎞에 이른다. 엔진이 없어 차가 정숙하다. 가정용 120V 또는 240V 콘센트에 플러그를 연결해 충전하며 240V는 3시간 이내에 가능하다. GM대우는 국내에서도 전기차 상용화가 이뤄지면 볼트를 가져와 완성차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도요타가 4인승 전기차 I-RiN을 내놓는다. 이 차량은 운전자의 심리상태를 읽어 이미지 영상을 통해 계기판에 보여줌으로써 건강한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조심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했다. 또 운전자로 하여금 올바른 자세를 취해 척추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트와 운전자가 편안하고 즐겁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각종 첨단 장치가 적용됐다. 쾌적 온열시트, 산소농도 컨디셔너, 스폿 가습, 그린컬러 글라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보행자나 마주 오는 차에 대한 눈부심을 배려한 눈부심 방지제어 헤드라이트나, 실내 하부의 자연을 볼 수 있는 창을 설치했다.
2009 서울모터쇼에 처음 참여하는 CT&T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CT&T는 FCHEV, 이존 벤, 이존 골프, 이존패트롤, 씨존NEV, 씨존 투어링 이존패트롤 등 7개 모델을 전시한다. 이들 전기차는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해외시장에 수출되는 모델이다. 근거리 저속(LSV)으로 시간당 최고 40㎞ 이하로 달리면서 배터리를 주 저장장치로 이용한다. 1회 충전으로 50㎞ 정도를 달릴 수 있으며 배터리의 전기충전 비용도 월 1만∼2만원에 불과하다.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전기모터로만 구동할 경우 운행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이라며 “다만 차량 가격이 비싸고 별도의 충전 시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정부와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