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003년 미국 IBM과 맺었던 서버 부문 파트너십을 6년여 만에 원점으로 되돌렸다.
29일 삼성전자와 한국IBM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IBM x86서버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사업 계약을 올해 들어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두 회사는 협의를 거쳐 매년 초 1년 단위로 도입 물량과 가격 등의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으나 올해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후 삼성전자의 IBM OEM 서버 주문은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서버사업 강화 차원에서 IBM과 OEM 서버사업 협력에 합의한 후 CPU 8개를 장착하는 8소켓급 이상 하이엔드 x86서버를 IBM에서 공급받아 자체 브랜드로 국내에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IBM에 추가로 물량을 주문하지 않은 것일 뿐 IBM과의 OEM사업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IBM은 “삼성전자와의 OEM 서버사업은 미국 본사 차원에서 맺어진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자가 IBM과의 협력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것은 파트너 교체 차원보다는 지난해부터 계속 관측된 서버사업 중단 또는 축소 움직임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x86서버 판매량은 지난 2007년 2분기 6000대에 육박하면서 국내 수위 자리를 넘봤지만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서버사업 인력을 크게 줄였으며, 유통 협력사가 잇따라 경쟁업체 진영으로 이탈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두 회사의 협력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초기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의 IBM 서버 국내 공급량은 연간 10억∼20억원 수준이었으며 지난해는 이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생산한 1∼2소켓 x86서버와 별도로 하이엔드 x86서버 시장은 OEM 제품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폭넓은 서비스·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기업에 단품 위주의 서버 영업으로 맞서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일본 NEC와도 하이엔드 서버 OEM사업 협력을 맺었으나 이 역시 최근 물량 주문이 없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이처럼 회사 안팎의 부정적인 여건과 달리 삼성전자는 프린터·주변기기사업 등과 연계해 서버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IBM OEM 서버사업 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로 자체 대리점망을 이용해 IBM 브랜드 서버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외산 서버를 단순히 유통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