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해외 상장 기업 유치가 부진한 가운데 이미 유치한 중국 등 해외 기업마저 제대로 평가를 못받고 있어 기업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향후 해외 기업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우려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외국 기업은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체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를 포함해 모두 5개사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식품포장이 첫날 14.82%(335원) 오른 2595원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띄웠지만 해외기업 대부분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과기유한공사는 지난해 12월 상장해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고, 화풍집단지주와 카메라모듈 업체인 코웰이홀딩스 역시 각각 공모가 5600원과 2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 조차도 공모가 2500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3노드디지탈그룹은 지난해 매출 167.6%, 영업이익 82.3%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 회사 리유쯔슝 회장은 “같은 시기 중국에 상장했던 전기계측기 업체인 커루전자와 PC케이스 제조업체인 퉁저우전자가 자사보다 5배가량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부터 넷북을 생산하는 등 신성장동력을 갖추면서 지난해 중국 10대 성장기업에 꼽힐 만큼 유망한 기업임에도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며 “한국 상장을 후회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상장 해외기업이 홀대를 받는 데는 국내에 뿌리를 둔 기업에 비해 언론이나 보고서를 통해 소개되는 노출 빈도가 적기 때문이다. 또 이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규모도 작아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꺼리는 것도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로 꼽힌다. 중국 업체의 경우 제품 기술력이 안좋다는 투자자의 선입관도 크다.
해외 기업 상장 유치에 힘을 쏟는 거래소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거래소 해외상장유치TF 최규준 팀장은 “기존 상장업체의 주가와 공모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기업들이 상장을 주저하고 있지만 기업의 주가나 공모가에 관여할 수 없어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IR를 지원해 국내 투자자에게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중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을 공시부에 배치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일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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