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체상 유기분자가 저절로 조립돼 지름 80∼100㎚(㎚=10억분의 1m) 크기의 일정한 나노튜브를 형성하는 새로운 자기조립(self-assembly) 방식의 나노튜브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명수 연세대 화학과 교수팀은 29일 딱딱한 막대 중간에 긴 실이 붙어 있는 T자형 유기분자를 이용해 넓은 평면체를 만들고 이 평면체가 두루마리처럼 말리도록 해 속이 꽉 차 있거나 비어 있는 나노튜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런 나노튜브 합성법은 기존의 탄소나노튜브 제조법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2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탄소나노튜브 제조 기술은 흑연을 전기나 레이저로 기화시켜 소량을 얻어내거나 촉매와 함께 600∼1000℃ 고온으로 가열해 만드는 등 제조과정이 복잡하며 특히 강한 탄소결합 사이에 다양한 작용기나 생활성 특성을 접목시키기는 매우 어려웠다.
이 교수팀은 고체상에서 유기분자가 저절로 조립돼 지름 80∼100㎚의 일정한 나노튜브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기존 나노튜브는 원자 간의 단단한 결합으로 연결돼 있지만 자기조립 나노튜브는 서로 간의 반발력과 인력을 동시에 지닌 분자들이 저절로 모여서 분자들 간의 미세한 상호 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이 교수는 “나노튜브를 만들기 위해 바늘 모양의 단단한 막대 분자와 유연한 사슬모양의 실 분자가 T자형으로 결합된 바늘-실 형태의 유기분자를 사용했다”며 “레고의 기본 블록들이 나노튜브 형태의 레고 구조물로 조립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 방법은 바늘-실 분자의 모양을 정교하게 조절, 분자가 저절로 조립되는 방식으로 나노튜브를 만들기 때문에 나노튜브 내 분자들의 곡면을 제어해 속이 꽉 찬 나노튜브와 속이 빈 나노튜브를 동시에 제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기존의 인위적인 결합으로 형성된 나노튜브와 달리 자기조립 방식 나노튜브는 분자구조를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어 나노튜브의 크기나 모양 등을 아주 쉽고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며 “바늘-실 분자에 생물학적 특성이나 전기-광학적 특성이 있는 분자를 결합시켜 획기적인 성질을 가진 나노튜브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