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매년 진행하는 ‘중소기업 에너지 진단’ 사업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책정된 예산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을 지원대상으로 포함시킨 데다 관련 실적이 전무한 단체에 사업권을 주기로 한 탓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연간 에너지사용량 2000TOE(석유환산톤) 미만인 기업에 에너지진단 비용을 지원키로 하고, 진단 사업자로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과 한국전기공사협회(공사협회)를 사실상 선정했다. 에너지진단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열·전기 사용 효율을 측정, 경제적인 소비 구조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연간 2000TOE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은 자비로 5년마다 의무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2000TOE 이하 기업들은 정부 예산을 들여 무료로 점검을 받는다.
올해 2000TOE 이하 기업들을 위해 마련된 예산은 총 20억원 규모다. 지원 대상 기업은 5000개에 달한다. 지난해 예산 11억원에 300개 기업을 진단했던 것을 감안하면 피진단 기업이 16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1개 기업 당 배분되는 지원액은 지난해 366만원에서 올해 4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특히, 공사협회가 예산 20억원 중 15억원으로 4500개 업체를 점검키로 하면서 졸속 추진 우려도 제기됐다. 기업 당 33만원 꼴이다. 이 때문에 공사협회는 통상 치러지던 ‘정밀진단’이 아닌 ‘그룹진단’ 및 ‘자율진단’으로 점검을 대신하기로 했다. 그룹·자율진단은 정밀진단보다 점검수준이 비교적 낮다. 업계 관계자는 “40만원이면 진단에 투입되는 직원 출장비를 대기도 벅차다”며 “이 정도 예산으로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주장했다.
공사협회의 경우 에너지진단 실적이 전무한 점도 논란이다. 지난해까지 중소기업 에너지 진단 사업은 에관공이 맡아 왔다. 이번에 지원 대상 기업이 5000개로 증가하면서 에관공과 공사협회가 각각 500개와 4500개씩 나눠 점검키로 한 것이다. 진단사업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양이다.
이에 대해 공사협회 관계자는 “아직 이번 사업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진단 기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와 달리 전체 기업을 정밀진단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