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장 그레이마켓 `스멀스멀`

 용산 전자상가 소재 IT유통업체 A사는 최근 서버 거래업체를 교체했다. 해당 제품의 한국 내 공식수입업체는 아니었지만 판매가격이 20∼30% 낮다는 장점 때문에 거래했으나 기술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고객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A사 사장은 “서비스뿐 아니라 필요한 물량을 제때 구입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해 거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경제불황이 심화되면서 서버시장에 이른바 ‘그레이마켓’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경영환경이 악화된 유통업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서버를 들여와 국내 공식 판매원에 비해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 이 같은 그레이마켓은 메이저 서버업체를 중심으로 제품 추적시스템이 강화되면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으나 최근 경제불황으로 인해 보다 싼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버시장의 그레이마켓은 완제품뿐 아니라 보드 형태로 들여와 조립·판매가 가능한 슈퍼마이크로, 인텔 제품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1차적으로 해외에서 낮은 가격에 수입하는 데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및 마케팅 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정식 제품에 비해 20% 이상 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제품 자체는 정식 수입원이 판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려는 고객들로서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낮은 가격 외에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정식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 차원의 기술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신제품 및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다. 영세업체가 주로 판매하다 보니 제품 구입 후 얼마 안 돼 회사가 없어지거나, 상호가 바뀌어 연락조차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피해가 발생하자 서버 업체들은 자체 단속에 나섰다. 미국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는 최근 대만에서 제품을 들여와 한국에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회사의 한국담당자인 김동석 부장은 “그레이 물량은 시장의 가격질서를 흐리고, 고객에게 혼란을 준다”며 “우선 대만 현지 판매업자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고객들에게도 정품 사용을 권하는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그레이마켓=2차 세계대전 전후 나타난 공정가격보다 비싸게 매매가 이뤄지는 위법적이면서 합법적인 면도 있는 시장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비공식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유입된 상품이 정품보다 싸게 팔리는 음성적인 시장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