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침체의 폭풍에 모든 경제 주체가 활로를 찾기 위해 정신이 없다.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면 인원 감축, 비용 절감, 비핵심 사업 부문의 매각 등 구조조정으로 생존을 위한 전략을 추진한다. 그러나 단편적인 구조조정은 해당 위기순간을 벗어나는 데에는 유용할지 모르나 위기 상황을 벗어났을 때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경쟁업체들에 비해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초 경기침체기 전후의 미국 기업들을 분석한 매킨지의 자료에서 지적했듯이 불황 이전 상위 25%에 속해 있던 기업 가운데 40%가 과거 시장지위를 상실한 반면에 같은 기간 하위 75%에 속하던 기업의 14%가 상위그룹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기침체기를 맞이해 CIO들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IT 부문은 비즈니스 활동이 창출하는 정보와 측정자료가 집중되는 중심이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비즈니스가 어떻게 움직이고 프로세스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다. 따라서 CIO들은 시스템의 안정적 유지 및 운용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혁신을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어떠한 방법으로 혁신을 진행할 것인지까지 계획하고 실행하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즉, CIO는 ‘Chief Innovation Officer’로서 기업 전체의 전략과 혁신전략을 동일선상에 놓고, IT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IT 부서를 경영전략의 선두에 서는 적극적인 리딩 조직으로 이끄는 변화의 원동력이 돼야 하는 것이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비즈니스의 창출을 CIO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지적했으며, 고객만족 및 지원(35%), 비즈니스 모델 혁신(35%), 신제품 개발(34%)이 그 뒤를 이었다. 예를 들어 페덱스의 위치추적 시스템 코스모스는 고객들에게 배달 중인 화물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IT를 이용한 고객관리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캐나다의 메이플 리프 푸드(Maple Leaf Foods) 역시 IT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자사가 판매하는 식품의 안정성과 품질의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이 매장에서 참치 통조림을 구입할 때 내용물인 참치의 원산지와 품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이렇듯 IT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더 강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기업의 IT 능력에 따라 기업 간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에 큰 편차를 보인다는 하버드와 MIT의 공동연구 결과도 불황기에 어떻게 IT를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방향타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강조되는 CIO의 역할은 IT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2009년 사회, 경제 및 IT 분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IT 시장에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을 경기침체로 꼽았다. 또 불황 극복을 위해 ‘비용 절감’을 키워드로 기업들이 활로 모색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비용 절감이 화두로 제기되고 있는 경기침체기에 CIO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할 것인가.
CIO들은 통합과 자산·자원관리 강화 등 전략으로 IT 부문의 비용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즉, IT 자산 및 자원 평가를 수행해 불필요한 부분을 감축하고 중복을 제거함으로써 자원들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비용 절감을 추구해야 한다. 실제로 IBM은 회사의 인프라를 단순화하고 통합하는 노력을 통해 1만5000여개에 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5000개 수준으로 줄이는 등의 노력을 전개하면서 지난 5년간 16억달러의 IT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전략은 IT 비용 관리방법을 정립하는 것이다. IT 비용모델은 비용을 성과와 비교하고 IT 자원에 대한 엄정한 성과관리체계를 확립함으로써 IT 비용을 가시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IT 비용 관리 방법은 목적에 따라 사전적 관리와 사후적 관리로 나뉜다. 사후적 관리 목적을 위한 IT 비용관리 모델은 IT 비용의 발생원인을 파악해 합리적으로 IT 비용을 배부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IT 비용의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고, IT 자원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을 보다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IT의 전사 기여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진다. 다만 효과적인 IT 비용귀속 시스템의 구현을 위해서는 비용 배분에 대한 전사적 합의가 필요하고, IT의 역할에 관한 객관적인 성과 측정과 평가 방법이 마련돼야 하며 현업과의 서비스수준 협약(SLA:Service-Level Agreement) 체결을 거친 IT 조직의 책임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기에 CIO들은 Chief ‘Innovation’ Officer로서의 역할을 인식하고 전사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IT의 역할을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Chief ‘Information’ Officer로서 기업의 IT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CIO는 테크놀로지 전문가로서가 아닌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해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나아가 똑똑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고 효율화할 것인지 한층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윤재봉 삼일PwC 대표jbyoon@sam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