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에서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문이 게임 개발에 필요하지만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을 사랑하고 자주 즐기는 자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의 대명사인 ‘테트리스’ 개발자 알렉세이 파지노프 TTC 개발책임자(54)는 31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열린 그의 첫 번째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성공하는 게임을 만드는 비결을 머리가 아닌 마음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평범한 개발자’며 ‘지독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지만 그는 게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게임 개발자의 초심을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게임 개발자는 항상 독창성을 견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난 1985년 소련의 모스크바 아카데미 컴퓨터공학 연구원이었던 파지노프씨는 새로 들어온 컴퓨터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러시아 전통 퍼즐 ‘펜토미노’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탄생한 게임이 테트리스다.
소박하게 탄생했지만 테트리스는 현재 비디오게임과 아케이드게임, 모바일게임으로만 1억4000만개가 팔렸다. 1985년 개발 후 10년 정도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테트리스의 판매량은 10억개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는 캐주얼게임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피지노프씨는 “문화적 지식이 없어도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중립성이 캐주얼게임의 매력”이라며 “누구나 자투리 시간에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캐주얼게임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신화나 영화, 소설 등에 뿌리를 둔 대작게임은 문화적 배경지식이 있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그의 평가다.
파지노프씨는 또 최근의 게임에 대해 “외형적으로 완성도는 높지만 기본은 예전과 크게 다름 없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면서 비약적 발전이 예상된다”며 “언어의 제약이 없이 누구나 테트리스를 즐기며 서로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기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