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CIO클럽- 현병탁 LG디스플레이 상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전 세계 공장 및 법인의 IT 시스템을 통합해 동일한 데이터베이스 및 프로세스를 갖는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Global Single Instance)’ 환경 구축을 추진했다. 20여개월의 시스템 구축 기간을 거쳐 드디어 올해 초 시스템 운용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ERP, MES 등 일곱 가지 IT 시스템을 통합한다는 의미에서 ‘7메가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LG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케팅·생산·영업·회계 등 14개의 주요 업무 중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프로세스를 제거, 시스템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7메가 프로젝트’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업무혁신팀의 현병탁 상무(CIO)다. 그는 직접 650개가 넘는 프로세스와 리스크 항목을 챙기며 지치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창으로 둘러싸여 빛이 가득한 집무실에 커다랗게 걸린 ‘극한도전’이라는 표어가 지난 20여개월간의 대장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프로젝트를 총지휘, LCD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앞장섰다. 얼마 전 양산에 들어간 8세대 LCD 공장에도 표준화된 시스템과 첨단 IT를 접목해 원가절감 및 생산성 제고 등 효과를 거뒀다.

 

 ◇현업 참여를 이끌어낸 리더십 돋보여=현 상무가 ‘7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정보전략에 머무르던 IT 혁신활동을 현업이 참여하는 전사적 업무혁신 과정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특히 부품·제품 모델·고객 정보 등 기준정보 체계를 바꾸는 일은 현업과의 조율이 쉽지 않았다. 가령 부품코드 체계를 표준화하고, 법인마다 상이한 회계계정과목(COA:Chart of account) 체계를 글로벌 싱글 COA 체계로 바꾸는 일은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한 작업일 수밖에 없었다.

 현 상무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현업과 공유하고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각 부문의 실무진이 책임의식을 갖고 프로세스 혁신작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도록 하는 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세계 1등의 디스플레이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현업을 설득해나갔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철저한 현 상무의 ‘공감 리더십’은 점차 빛을 발해 현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IT혁신에 대한 공감대 전사적으로 확산=현 상무의 리더십은 비즈니스 전략에 부합하는 IT의 역할을 정립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IT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구축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IT 혁신을 필요로 하지만 현업과의 이해 충돌로 난항을 겪거나 혁신활동 자체가 물거품이 되곤한다. 그러나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비롯, 정호영 부사장(CFO) 등 30명의 핵심 경영진과 각 부문 80명의 부서장이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이며 업무혁신에 힘을 실었다.

 샘플링 단계에서 품질 점검을 권영수 대표가 직접 챙기는 등 CEO의 적극적 지원 아래 ‘7메가 프로젝트 확대’ 회의를 CFO 주관으로 매월 개최했다. 또 전 부서 800여명의 팀장이 바쁜 와중에도 프로젝트 교육에 수개월간 투입됐다.

 LG전자 재직 시절부터 쌓아온 현 상무의 ERP, GSI 프로젝트 경험이 이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현 상무는 “톱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 간의 조화가 필요했다”며 “경영진과 핵심 실무진의 적극적 참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초대형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피드 경영, 원가절감 등 효과 거둬=7메가 프로젝트의 효과는 원가 절감, 스피드 경영 등 측면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 상무는 “IT를 기반으로 세계의 공장과 각 부문의 업무를 혁신함에 따라 향후 회사에 큰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회사, 낭비적 요소가 없는 회사가 가능해지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최상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통합 결산 및 자재수급 관리 체계를 구축한 것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법인별 또는 공장별로 회계부서에서 보낸 결산 자료를 본사로 보내 연결재무제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감 즉시 본사에서 통합적으로 자동 취합 및 결산업무를 진행한다.

 또 공장별 기준 정보를 표준화함으로써 항목별로 정확한 비교 산출이 가능해졌으며, 오작동 유무 분석, 정확한 문제점 파악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전 공장의 시스템 표준화로 신규 P6와 P8 공장의 IT 투자 비용이 기존 공장의 5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객 대응 측면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제품 구매 요청부터 재고파악 및 출하·납기 약속까지 종전에는 7일 걸렸으나 3일로 단축됐다. 현 상무는 연내 1일 단위로 단축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IT 혁신 통해 제조 경쟁력 높여=LG는 그동안 수작업으로 관리돼온 데이터들의 표준화 및 통합화를 추진하고,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축함으로써 생산의 품질문제나 설비 출하를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문제발생을 예방하고 패널의 수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현 상무는 올해 장치산업의 생명력인 ‘생산성 극대화’에 더 큰 힘을 실을 계획이다. 연내 생산관리시스템(MES)도 전 공장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 팹 내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한편, 품질 이슈 및 설비결함 요소를 예방 및 관리할 수 있는 분석·통계기법과 조기경보 체계를 한층 고도화할 계획이다. 사후 대처가 아닌 ‘예방’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별도의 MES 전문팀을 둬 생산성 극대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 상무는 “팹의 무인화 달성, 업무 전산화율 제고로 단순 업무에 시간을 빼앗기던 고급 인력들이 창의적 업무 및 위험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신규사업에 재배치해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동으로 실제 업무상 전산화율은 기존 40%에서 70%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게 현 상무의 부연설명이다.

 SCM, R&D, 마케팅 영역의 역량 강화를 통한 고객 대응력 향상은 팹의 생산성 향상에 이은 두 번째 큰 목표다. 고객의 요청 사항이 처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가시성(visibility)’을 높이고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전사적인 7메가 프로젝트로 IT 인프라를 갖췄다면, 올해부터는 ‘극한의 생산성’과 ‘고객 대응력 향상’이라는 두 가지 핵심가치를 본격적으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혁신활동”이라고 정의하는 현 상무는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마찬가지로 회사의 업무 역시 24시간 내내 IT와 연계돼 있다”며 “혁신은 IT에서 일어나고 CIO들이 바로 혁신의 주도자라는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 상무는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을 목표로 최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를 구축해 전 세계 기업들이 IT 측면에서 벤치마킹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열정을 다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현병탁 상무는 1987년 LG전자 공채 입사 후, 목표를 향한 강한 열정과 철저한 분석력으로 LG전자의 ERP, GSI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2월 LG디스플레이의 정보전략팀을 맡은 그는 부임 후 곧 바로 팀 이름을 ‘업무혁신팀’으로 바꾸고, 정보전략에 머물러 있던 IT를 경영혁신의 주체로 탈바꿈시키는 등 대대적인 조직 문화 혁신을 추진했다. 철두철미한 ‘팩트’ 중심, 그리고 ‘현장’ 중심의 발상으로 다양한 혁신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