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3)디지털에 `아날로그 상상` 첨가하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3/200903310295_31055635_1541651454_l.jpg)
거리에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만발하고, 윤중로의 벚꽃은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다. 날이 풀리고 봄이 좀 더 무르익으면 사람들은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자 전국 명소를 찾을 것이다.
자연을 보며, 상상을 위한 감수성의 레이더를 켜면 어떤 일이 생길까.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 상상을 결합한 디지로그가 가능해진다.
봄 소식을 알리는 튤립축제가 시작됐다. 형형색색의 튤립을 보며 어떤 상상을 하는가. 봄기운을 만끽하느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틈이 없다. 그렇지만 어떤 이는 빨간색의 튤립 모양을 절묘하게 USB 허브에 접목했다. 하얀색의 플라스틱 화분에 네 개의 튤립 봉오리가 있으며, 봉오리 하나하나가 USB로 연결된다. 튤립의 줄기 부분을 구부리면 좀 더 멋진 모습이 된다. 22달러의 이 제품은 여러분의 정원을 꾸밀 수도,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도 없지만, 복잡하게 얽힌 채 컴퓨터에 연결된 케이블과 그 가운데에 무미 건조하게 서 있는 USB 허브를 생각하면 우리들의 책상을 좀 더 화사하고 부드럽게 바꾸어 줄 것 같다. 딱딱한 디지털 기술을 부드럽고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디지로그의 매력이 아닐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무조건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나 색깔, 크기 등 어울림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높은 완성도가 필요하다.
USB 허브에 어울리는 또 다른 아날로그적 대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거북이, 오징어, 지네… 집게발이 있는 꽃게를 결합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감성적 영감을 고취하기 위해, 사례 하나를 더 소개한다. 디지로그는 아니다.
은은한 커피향이 피어나는 커피숍에서, 예쁜 종이에 싸여 있는 각설탕을 꺼내 커피에 넣는 느낌이 참 좋다. 이 각설탕에도 짙은 감성의 아날로그적 상상을 첨가할 수 있다.
히딩크와 박지성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 거주하는 ‘JUNG YOU’라는 디자이너는 눈물 모양을 한 각설탕 ‘Sweet Tear’를 디자인했다. 커피에 각설탕을 떨어뜨릴 때마다 눈물이 떨어지듯 뭉클한 감성이 살아 숨쉰다.
당장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니지만, 정육면체 각설탕 아이디어로 성공한 헨리 테이트만큼이나 훌륭한 상상력과 감수성이 엿보인다. 튤립 USB 허브에 좀 더 진한 감성을 첨가할 수는 없을까.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