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상읽기] 미래소년 코난에 그려진 2008년](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090401045712_1649102989_b.jpg)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 높이 하늘 높이∼’
30·40대는 물론이고 지금의 10대에게도 익숙한 노래, 바로 미래소년 코난의 주제가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78년 NHK에서 26회가 방영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처음 방송된 이후 엄청난 인기와 함께 수차례 재방송됐다. 그런데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코난의 배경이 2008년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코난에서 그려진 상상 속의 2008년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 어떨까.
미래소년 코난의 주제가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이어진다.
“서기 2008년 7월, 인류는 전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핵무기를 훨씬 능가하는 초자력 무기가 세계의 절반을 일순간에 소멸해 버린 것이다. 지구는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켜 지축은 휘어지고, 다섯 개의 대륙은 거의 대부분 바닷 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처음 코난을 봤던 어릴 때는 굵직한 목소리의 성우가 읽는 나레이션을 들으면서 ‘정말 2008년에 전쟁이 나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또 한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2년 작)’에도 비슷한 상황설정이 있다. 마크로스의 배경인 2009년에도 인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설정이다. 위기의 원인은 지구 대전쟁이며, 전쟁이 끝나고 인류 최초의 통합정부가 발족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내용이다.
두 편의 애니메이션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배경은 ‘지구에 강력한 전쟁이 발발하고, 이로 인해 인류가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가 살고 있는 2009년 현재까지는 지구를 위기로 이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그리 평온하지만은 않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만 내세우면서 지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전쟁 위험도 존재한다. 또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변도 인류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20∼30년 전에 예측한 미래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심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지구가 황폐화된다는 애니메이션의 설정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다시 코난으로 돌아가보자. 인더스트리아에서는 석유가 고갈돼 폐플라스틱을 땅속에서 캐내 에너지로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전쟁무기를 부활시키기 위해 독재자 레프카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태양에너지 이용방법을 알아내려 한다.
이 대목에서는 지난해 유가급등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던 기억이 떠올라 흠칫하게 된다. 지금처럼 석유를 쓰게 된다면 언젠가 폐플라스틱을 뒤져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SF가 그리는 미래는 암울하다. 개발과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류의 현재상이 반영된 상상 속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는 잠시 멈춰서서 코난과 마크로스 그리고 많은 SF에서 그린 암울한 미래가 실현되지 않기 위해, 지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녹색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