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흔히 일본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는 비행기로 한 시간여. 일본은 SW기업에 매력적인 해외 시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무턱대고 일본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고배를 마시기가 일쑤다.
알프스전기의 SI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ALSI’를 현지 파트너로 삼아 손잡고 일본 사업에 진출한 지 10년이다. 아직도 한국과 일본 시장의 차이를 새삼 느끼곤 한다. 아마도 이러한 차이는 국민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인은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아직도 곳곳에 ‘평생 직장’이라는 직업관이 남아 있다.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사무라이’ 기질도 이따금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국민성 및 기업 문화에서 시작한 차이는 소프트캠프의 주력 사업인 내부 정보유출 제품을 바라보는 양국의 견해에서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내부자가 퇴사 후에 본인이 관리하던 데이터를 가지고 떠나거나, 최악에는 고액 연봉 스카우트 제의에 혹해 ‘돈 되는 자료를 빼내는 일’이 안타깝게도 발생하고 있다.
초기 진출 시 일본에서는 이러한 개념 자체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인이 생각하기에 조직 내에서 생성된 정보는 개인 소유가 아닌 조직의 소유물이며, 기밀을 유출하는 것은 반사회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에서 내부 정보유출 방지 제품은 내부 직원에 의해 정보가 외부로 무단 유출되는 것을 통제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부에서 저장·유통되는 정보 관리에 목적을 두거나, 내부 직원이 아닌 외부 협력사 직원 등에 의한 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용도로 도입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은 또한 완벽한 기능이 완성될 수 있도록 제품 로드맵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는 특성이 있다. 제품 로드맵은 개발업체에 권한을 위임하며 사용자가 필요한 시기적인 조율을 개발사와 진행한다.
상호 협의로 결정된 일정은 ‘약속’이 되며 ‘약속’이 될 때까지 정확하게 기다린다. 신규기능에는 ‘약속’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며 약속을 어길 시 이에 대한 페널티도 엄격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완벽한 품질과 안정적인 운영이 제품으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요충분 조건으로 거론된다. 이를 위해 정량적인 프로세스와 기준이 되는 평가지표가 제품 기획 단계에서 준비돼야 한다.
해외 비즈니스는 나라별로 업무환경이나 문화가 다르기에 현지에서 사용되는 업무 시스템과 업무 플로에 적합한 지원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제공하는 것이 성공 방안이다.
신속한 현지 대응을 위해서 해외지사 설립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으나 중소업체 또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는 해외에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 현지 협력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현지 협력사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시장 동향 파악과 엔드유저에 대한 친밀감, 신속한 대응으로 ‘외산’으로 인한 사용자 부담을 감소시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환경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는 데 완벽한 품질은 기반기술만큼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의 정서와 기업문화를 반영한 제품만이 글로벌 제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제품기획을 토대로 해외시장으로의 첫걸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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