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정주영 지지 않는 이병철
박상하 지음, 무한 펴냄.
우리나라 산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간 두 거인, 정주영과 이병철. 최근 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업 경영자들은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로 정주영 회장을 꼽았다. 오피니언 리더들과 CEO를 대상으로 한 또다른 조사에선 ‘한국에 필요한 21세기형 CEO상’으로 이병철 회장이 1위로 뽑혔다. 그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날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은 분명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다른 방식으로 현대와 삼성을 세웠다. 정주영은 무일푼으로 상경해 숱한 고생을 겪었다. 그가 기업을 일으키고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보여준 명확한 비전 제시와 불굴의 투지는 신화 그 자체다. 국내 최초로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했고, 자동차·조선 등의 산업을 구축해 세계화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그와는 달리 이병철은 치밀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최정예 인재를 모아 조직화함으로써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첨단 전자기술 분야에 진출했고, 오늘날과 같은 삼성 제국의 신화를 만들어 냈다.
둘의 공통점은 변화와 위기에 대한 탁월한 판단과 대처 능력, 확고부동한 경영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 기업이 처한 고민과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는 위기란 자본과 기술이 아닌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며, 현대와 삼성을 만든 두 리더의 생존전략을 통해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찾으라 한다. 책에선 정주영과 이병철의 리더십이 오늘날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를 소개한다.
이 시대는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가치관의 혼재 속에서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대안을 제시할 새로운 리더와 인재를 갈망하고 있다. 아직 대한민국이 걸어가야 할 길은 멀다. 또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한국 산업사에 기리 남을 두 거인의 인생과 철학을 통해 해법을 찾아보자. 1만15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