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좋은 고용, IT 인턴십으로

정부 행정인턴 1만명 등 5만명 채용

대한민국 청년이 길을 잃었다. 세계 경제위기로 기업이 일자리를 크게 줄이면서 지난 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만명 감소했다. 지표상으로 잡히는 청년실업자 수는 37만명, 실제 실업자 수는 120만명에 육박한다. 

 새로운 시작이 돼야 하는 졸업은 곧 실업으로 이어졌다. 총장의 졸업 축사는 새 출발에 대한 격려보다는 이러한 위기에 졸업시킨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담겼다.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정부 대응책은 인턴 채용에 집중됐다. 정부는 자체 행정인턴을 1만여 명 뽑는 한편 공공기관, 중소기업, 해외 인턴제도로 총 5만3000여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은 인턴을 채용하면 인건비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정부의 독려에 따라 대기업도 인턴 사원 모집에 들어갔다. 국내 주요 기업은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28%까지 삭감하고 임직원 급여 삭감분을 재원으로 하는 인턴 채용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삼성, SK, 포스코, 현대·기아차, KT, 롯데, LG, 한화 등 30대 그룹의 인턴 사원 채용 계획은 9000명에 이르고 여타 기업까지 포함하면 1600여 명에 이른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2월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지난해에 비해 14.1% 줄어든 반면에 인턴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와 민간기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인턴사원 수는 1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인턴 공화국이 됐다.

 인턴사원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 행정인턴은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커피, 잔신부름은 물론이고 아이스박스까지 닦으라고 한다”며 “너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인턴은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취업으로 연계된다면 보람이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인턴을 관둬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들도 볼멘소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갑자기 정부 권유로 운영하다 보니 인턴학생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단순 업무만 맡길 수밖에 없는 쪽”이라며 “인턴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인턴십에 기대를 걸고 있는 중소기업은 정작 지원이 적자 실망이다. 중소기업이 부족한 인력은 모두 20여만명. 정부는 중소기업에 2만5000여 명의 인턴십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채용한 인력은 목표 4.4%인 1100명에 불과하다. 이 기회에 부족인력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연구전문위원은 “정부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현 인턴제는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단기 일자리 창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는 인턴제도가 중소기업에서 발전한만큼 향후 인턴제도는 중소기업 맞춤인력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식경제부·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공동으로 수년간 중소기업 맞춤형 인턴십인 ‘한이음 IT인턴십’ 사업을 진행해온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김찬성 상근 부회장은 “인턴십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면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윈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국가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턴십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만명의 인턴이 국가 인재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 실업을 늦추는 임시 안전판에 그칠 것인지, 인턴십 제도가 기로에 섰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