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n 게임人] 조병세 CJ엔투스 프로게이머](https://img.etnews.com/photonews/0904/200904020056_02110719_75036285_l.jpg)
1812년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라는 시로 영국 문단의 기린아로 떠오른 바이런은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e스포츠 세상에도 바이런처럼 일약 주목을 받는 선수가 종종 등장하지만 조병세(CJ엔투스)만큼 인상적인 벼락스타는 드물다.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결승전에서 조병세는 기적에 가까운 역올킬로 팀을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CJ는 화승오즈의 에이스 이제동의 3연승으로 벼랑에 몰렸다. 플레이오프에서 명가 KTF 매직엔스의 내로라하는 선수 4명을 혼자 잡아낸 이제동의 괴력이 또 한 번 발휘되는 순간, 마지막 주자인 조병세가 경기장에 올랐다.
이미 분위기는 이제동의 올킬 달성으로 기울어졌다. CJ의 유일한 희망은 조병세가 이제동을 시작으로 화승의 네 선수를 연파하는 길뿐이었다. 물론 프로게이머 데뷔 2년도 채 안 된 신예에게 4연승의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은 조규남 감독과 CJ 동료들뿐이었다.
조병세는 당시 느낌을 “이상할 정도로 담담했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병세는 이제동과 한 차례 맞붙어 이긴 적이 있다. 담담하게 시작한 경기에서 조병세는 이제동을 잡아냈다.
조병세는 이제동을 시작으로 노영훈, 임원기 그리고 마지막 구성훈까지 차례로 무너뜨리며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의 시나리오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병세는 “두 번째 경기를 이기면서 역올킬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지막 경기에서의 승리가 프로게이머가 된 후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적의 역올킬이 아니었더라도 조병세는 될 성부른 떡잎이었다. 2007년 CJ에 2군으로 입단한 후 단 두 달 만에 프로게이머 선발전을 통과했다. 프로게이머가 되자마자 양대 개인리그 예선을 모두 전승으로 통과한 신예도 조병세가 최초였다. 곰TV 대회에서는 4강까지 오르는 좋은 성적을 냈다.
프로리그 무대를 밟은 후 성적도 10승 5패로 승률이 7할에 가깝다. e스포츠협회가 발표하는 스타크래프트 부문 프로게이머 순위에서도 조병세는 한 달 전까지 58위에 그쳤지만 최근 36위로 급상승했다. 조규남 감독은 “신인 중에서 조병세만큼 배짱이 좋은 선수는 드물다”며 “특히 다수의 지역에서 여러 개의 유닛을 동시에 조종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현역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조병세는 올해 열 아홉 살, 고3이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연말에 치를 대입수학능력시험 준비해 여념이 없지만 조병세는 키보드 및 마우스와 씨름한다.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불안감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e스포츠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성공 목표 지점까지 아직 10% 정도밖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기왕 결정했으면 딴 생각 말고 게임만 해라”였다. 솜털이 가시지 않은 10대지만 마음가짐은 영락없는 프로선수다. 새로운 ‘본좌’ 후보 조병세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