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공터에 버려진 시체를 몰래 주워와 해부 실습을 한다. 그런데 그 시체가 바로 고관의 자제일 줄이야. 살인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광수는 사설탐정 홍진호(황정민)를 찾아가고 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을 받으며 진범을 찾아 헤맨다. 그러던 중 고관의 아들처럼 살해된 경무국장의 시체가 똑같은 장소에서 발견된다.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림자살인(박대민 감독)’은 이제껏 한국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적 없던 사설탐정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추리극이라 하기엔 긴장감이 다소 느슨하지만 그럭저럭 볼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로 장편 영화에 첫 도전한 박대민 감독은 안정된 연출력으로 쉽지 않은 결말을 이끌어낸다. 특히, 짝패를 이룬 진호와 광수의 버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영화는 사건을 흥미롭게 추리하며 따라가는 재미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한다.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독특하다. 진호는 수더분하고 광수는 똘똘하고 순수하다. 정숙한 사대부가 부인이지만 뛰어난 창조력을 발휘하는 발명가 순덕은 흔치 않은 캐릭터다. 진기한 모루히네(아편의 일종)가 등장하고 곡예단의 환상적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세 주연배우의 연기도 놀랍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