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매장에서 아내의 쇼핑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김모씨는 매장내 설치된 디지털 콘텐츠 자동판매기에서 얼마전 세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의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장면을 핸드폰에 내려받았다.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김씨는 김연아의 멋진 연기에 흠뻑 매료됐다.
하반기 쯤이면 대형 매장 등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소비자가 핸드폰이나 노트북, PMP 등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콘텐츠를 다운받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음료수 캔이나 담배를 자동판매기에서 꺼내는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인터넷에 접속할 필요 없이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모바일SW플랫폼연구팀이 이 같은 ‘꿈’을 현실로 바꾼 주역이다.
지난해 연말 개발한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 자동판매기는 철저하게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춘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한국을 IT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ETRI의 TDX, CDMA에 이은 스타급 연구 성과물로 평가받았다. 이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에는 꼬박 3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ETRI 연구팀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다.
김선자 모바일SW플랫폼연구팀장은 “2005년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SW 불법 복제가 만연했다“며 “언젠가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도 유료화될 것이고, 당연히 소비자들도 구입해야 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었다”며 당시 기술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기술개발을 담당했던 마진석 선임연구원은 “첫 기획 당시부터 시장을 미리 보고 수요자가 원하는 컨셉트와 목적에 맞게 접근했다”며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연구개발에서부터 특허 획득, 시제품까지 내놓을 수 있는 이상적인 케이스로 개발을 마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한 중소기업 모비루스의 역할도 컸다. 마 선임연구원은 “만약에 모비루스가 없었다면 규격이 다른 휴대폰마다 콘텐츠가 제대로 다운받아질 수 있는지 시험을 해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휴대폰에 경험이 많았던 이 업체와 역할 분담이 잘 이뤄져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마 선임연구원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연구소와 중소기업간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갖춘다는 자체가 상생이지 않겠느냐”며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마지막 2%까지 채워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아이앤씨를 비롯한 국내 10여 곳의 대기업들이 이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ETRI측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특히 신세계측은 지난 2월 기술이전 판매 마케팅과 관련된 양해각서(MOU) 교환 후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 가속도를 냈다.
김선자 팀장은 “앞으로 콘텐츠 판매 사업자 3∼4곳을 선정해 서비스 판매를 원하는 소규모 업체들과 연계시켜 콘텐츠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외국에도 기술과 솔루션을 수출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을 거점으로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